[MLB] 터프한 해적선장 로이드 맥클랜든

중앙일보

입력

2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렸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밀워키 브루어스 간의 경기를 지켜본 2만4천여 관중들과 TV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연장 12회까지 가는 경기도 재미있었지만 7회말 피츠버그 신임 감독 로이드 맥클랜든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열광했다.

7회말 제이슨 켄달이 질주하여 1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모두가 세이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루심 릭 리드는 아웃을 선언했다. 아웃 선언과 동시에 '우-' 하는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맥클랜든 감독이 씩씩거리며 항의하러 1루로 나왔다.

거칠게 항의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열받은 감독은 급기야 1루 베이스를 뜯어 덕아웃으로 갖고 들어왔다. 그 바람에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는데, 파이어리츠의 베테랑 선수들조차 1루 베이스를 뜯어 간 감독은 이제껏 보지 못했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팬들의 반응은 제 각각이다. '아무리 열 받았다고는 하지만 어린애 같은 유치한 행동을 하는 감독이나 선수들을 보면 야구장 갈 맘이 싹 없어진다. 그게 뭐하는 짓이냐? 더군다나 애들 관중이 많은데서-'라며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감독의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계산은 맞아 떨어졌고 그만큼 홈 관중은 좋아했다. 벌금이던 출장정지던 징계를 받게 되겠지만, 그는 진정한 엔터테이너라고 본다'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또한 '그는 진짜 해적 선장이 될 자격을 갖춘 사람이고, 그 행동이 12회 연장전을 승리로 이끈 힘이라고 본다. 파이어리츠에는 그 같이 패기에 찬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칭찬도 있었다.

그의 돌출행동 덕분인지는 몰라도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꼴찌 팀이라고는 보기에는 놀랄만한 저력을 발휘하며 12회 연장 끝에 결국 7-6으로 승리했다. 특히 11회초에는 밀워키에 6-4 리드를 허용, 패색이 짙었지만, 11회말에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다시 12회말에선 마이너리그에서 뛰다 금방 올라온 루키 맥코위액이 결승타를 날렸다.

피츠버그 지방 언론들은 '어제밤의 경기가 근래 보기 드물게 흥미진진한 명승부였지만 2, 3년 지나면 아무도 경기 차체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신임감독의 돌출행동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길이 남을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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