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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내도 119개월 내도 같은 금액 받는 유족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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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산시 사상구 유모(75)씨는 4년 전 남편이 사망하면서 남편 대신 매달 30만5000원의 국민연금(유족연금)을 받고 있다. 남편이 19년6개월 동안 보험료를 부은 덕분이다. 서울 은평구 송모(73)씨는 매달 30만4000원의 유족연금을 받는다. 남편이 1998년 사망한 이후 받아왔다. 송씨 남편은 10년6개월치 보험료를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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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네가 보험료 납부기간이 훨씬 긴 데도 연금은 차이가 없다. 유씨 남편이 납부한 보험료가 적은 탓도 있지만 이보다는 유족연금 제도의 결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유족연금은 연금에 가입해 한 달이라도 보험료를 냈거나 연금을 받던 중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지급한다. 유족연금 금액은 사망자가 20년 보험료를 낸 것으로 가정해 기본연금액을 산정한 뒤 일정액을 깎는다. 사망자의 보험료 납입기간이 10년 미만이면 60%, 10년 이상~20년 미만 50%, 20년 이상이면 40%를 깎는다. 10년 가입하나 19년11개월 가입하나 감액률이 같다는 뜻이다. 보험료를 한 번 냈거나 119개월(9년11개월) 내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유씨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유씨네 보험료 납입기간이 20년에 6개월 모자라면서 10%포인트 더 깎였다.

 올 8월 말 현재 유족연금 수령자는 47만1867명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연금이 지급된다. 많이 깎이다 보니 1인당 월평균 연금은 약 24만원으로 장애연금(41만원)이나 일반 국민연금(20년 가입자 82만원)에 비해 적어 불만이 높다. 유족연금 수령자 유미화(52·대구시 북구)씨는 “보험료 납입기간이 20년이 안 돼 연금이 깎인 데다 보험료를 10년밖에 안 낸 사람과 같은 비율로 연금이 깎여 억울하다”며 “오래 가입한 사람이 더 혜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7월 남편(19년 보험료 납입)이 세상을 뜨면서 월 28만1000원을 받고 있다.

 유족연금 감액제도는 88년 국민연금 시행 때 도입됐다. 그동안 가입자나 수령자가 많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자가 320만 명이 되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진다.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민주통합당) 의원은 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의원은 “시대가 달라졌는데도 감액 방식은 그대로”라며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할수록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 측은 1년 단위로 감액률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9년 보험료를 납부했으면 41%, 18년은 42%, 17년은 43% 식으로 감액률을 낮추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11~19년 가입자는 지금보다 1~9%포인트 덜 깎여 이득을 본다. 가령 기본연금액이 100만원인 경우 19년 가입하면 지금은 50만원 받지만 앞으로는 59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30년 받는다면 3240만원 덕을 보게 된다. 복지부 양성일 연금정책관은 “가입 기간과 연동해 연금을 더 주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돈이 더 들기 때문에 내년에 연금재정을 따져 제도를 조정할 때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족연금=연금 가입자나 수령자가 사망했을 때 배우자나 19세 미만 자녀에게 지급한다. 한 달 보험료를 냈더라도 연금이 나온다. 유족의 생활안정 도모가 목적이다. 수령자가 배우자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3년간 받다가 그 이후에는 월소득이 189만원을 넘으면 받지 못한다. 자녀도 19세가 되면 못 받는다. 47만여 명이 월평균 24만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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