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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 왕’ 박재근 교수 “이공계는 기회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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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재근(53·사진) 교수는 ‘로열티 왕’으로 불린다. 국내 대학교수 가운데 기술이전료를 가장 많이 받아 붙은 별명이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약 27억원을 받았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가 날아가지 않는 차세대 기억용 반도체 기술을 이전한 대가다. 그는 이 돈을 대학 당국과 연구에 참여한 동료 교수들과 나눈다. 1인당 수백만~4억원이 돌아간다. 2008년엔 일본 SUMCO 등 3개 업체로부터 600만 달러(약 66억원)의 로열티를 받기도 했었다.

  이른바, 부와 명예를 둘 다 거머쥔 교수다. 정작 그의 고민은 딴데 있다.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다.

 “이공계는 넓디 넓은 기회의 땅입니다. 이공계를 전공하면 성공 확률이 낮다는 그릇된 인식이 확산돼 걱정입니다.”

 박 교수는 이른바 SKY출신이 아니다. 부산 동아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세계가 알아주는 반도체 소재 분야 대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신기술 제조기’라고도 불리는데.

 “반도체의 기초 소재인 웨이퍼의 결함을 없앤 기술은 10여 년 전 내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전 세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의 70%가 사용하고 있다. 일본 학자들도 자신들이 30여 년 동안 못 푼 문제를 한국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3년에 한 건 꼴로 기업에 신기술을 이전하고 있다.”

 그는 그렇게 받은 로열티를 상당부분 연구용 장비 구입 등에 재투자했다고 한다. 구입한 장비만 약 150억원어치다.

 - 이공계 학자로 사는 게 행복한가.

 “아주 만족한다. 내 분야에선 세계 어디서나 알아주고,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기업들이 줄서 있다.”

 - 함께 있는 연구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생활은 어떤가.

 “30~40대인 연구 교수 3명은 모두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한다. 40명의 대학원생 대부분이 국가 또는 기업 장학생이다. 학비 전액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받아가며 공부한다. 청소년들이 도전 정신을 갖고 이공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이공계는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학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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