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대선] 부동층 4.5%, 유례없는 초반 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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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동층(浮動層)이 역대 최저 규모로 줄어들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은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어지간한 유권자들은 거의 마음을 굳혔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 직후인 3일 리얼미터의 조사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37.3%,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2.5%,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29.8%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지지 후보를 못 정했거나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은 3.0%다. 9월 24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3.3%, 20.4%, 31.8%였고, 부동층은 4.5%였다. 부동층 중 일부가 질문에 포함되지 않은 군소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그 비율은 더 낮아진다.

 역대 대선과는 극명한 차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16일 본지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25.2%에 달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6.8%,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4.8%,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6.4%였다. 올해와 비슷하게 3자 구도(이회창-노무현-정몽준)를 형성했던 2002년 대선 때도 투표일 약 두 달 전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응답자가 12.5%에 달했다(10월 12일 본지 여론조사).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출마했던 1992년 대선 때는 10월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50%에 육박했다.

 올해 부동층이 유난히 엷어진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안철수 현상’을 꼽는다. 안 후보의 지지 기반이 과거 ‘부동층’으로 불렸던 중도무당파 유권자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종빈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박근혜 대 안철수, 박근혜 대 문재인의 양자 대결 결과를 비교하면 중도층과 무당파에서 안 후보의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투표를 포기하거나 막판에 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부동층이 이번엔 초반부터 대거 안 후보에게 안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진시킬 변수가 될 수 있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모두 추가로 끌어올 부동층이 없다고 판단하면 박근혜 후보에 맞서 단일화에 나설 유인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 경우 부동층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지지층 단일화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단일화에서 밀려난 후보의 지지자 가운데 일부는 기권하거나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3파전 구도가 지속된다면 여야 사이에선 ‘네거티브 유혹’이 커질 위험도 있다. 지금처럼 부동층이 엷어진 상황이 계속된다면 상대 후보의 지지층 허물기 외에는 표를 더 얻을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금처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유권자가 없는 상황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환상을 깨뜨려 그쪽 지지층의 투표 포기를 유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거 캠페인 공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보·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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