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 1호선' 큰 무대로

중앙일보

입력

연출.작곡가 김민기의 분신과 다름없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이 소극장을 벗어난다.

지난 17일 학전그린 공연을 마친 '지하철 1호선' 이 강남의 큰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LG아트센터와 공동 주최로 8월 18~9월 9일까지 공연한다.

공연장인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는 1천70석의 대극장. 여기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지하철 1호선' 의 소극장 공연사(史) 는 1994년 초연 이후 8년, 총 1천1백18회만에 지난 주 일단 마감됐다. 이제 큰 무대로, 이어서 중국.일본 등 국제 무대로 훨훨 비상하는 것이다.

▶이제 '큰 물' 도 자신있다=LG아트센터 공연은 사실 국제 무대를 위한 사전 실험적 성격이 짙다. '지하철 1호선' 은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이미지가 고정돼 있어 모험이기도 한데,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인지도가 있어 실패보다는 성공확률이 훨씬 높다" 며 "순(純) 대학로산이 바깥(강남) 에서도 수확을 거둘 지 그 척도가 되는 무대다" 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런 성공예감에는 대학로 공연시 관객 설문조사가 뒷받침됐다. "보고싶지만 (소극장의) 객석이 불편하다 해서 못봤다" 는 강남의 '준비된 관객' 들의 반응이 많았다. 보다 안락한 객석과 세련된 작품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역시 작품도 대극장용에 맞게 바뀐다. 내용은 그대로지만,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 무대미술과 의상 등 시각적인 면이다.

일단 소극장과 대극장은 거리감이 현격해 대폭적인 보완이 있을 예정.

의상은 95년 잠깐 봐주었던 김현숙(단국대) 교수가 새롭게 만들고, 무대미술(담당은 학전 스태프) 도 손을 본다. 시대 변화의 내용을 담은 슬라이드는 프로젝터나 홀로그램 활용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출연자나 5인조 록밴드 '무임승차' 는 이전 그대로 승차한다. 다만 김대표는 "새 무대 조건에 맞는 연기의 표현력(조형화) 이 가장 큰 관건" 이라며 "배우들과 내가 고민하면서 해결할 숙제" 라고 말했다.

▶세계도 '내 무대' 다=지난 4월 '지하철 1호선' 은 원작의 고향인 독일에도 다녀왔다. 베를린 그립스극장 공연은 독일 사람도 놀란 대성공이었다.

여세를 몰아 중국.일본 무대도 평정할 참이다. 공연일정이 확정돼 중국의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은 10월, 일본의 도쿄(東京)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 순회공연은 11월로 잡혔다. 거기서 우리 말로 신나게 공연할 생각이다.

특히 중국대외연출공사가 초청한 중국 공연은 중국에 진출한 세계 첫 뮤지컬이란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상하이는 '천섬경극중심일부무대' 에서, 베이징은 쑨원(孫文) 의 처 쑹칭링(宋慶齡) 이 설립한 '중국아동극장' 에서 공연한다.

공연장 시설이 마뜩치 않아 일체를 공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입장수입은 50:50으로 나눈다.

일본 공연은 그야말로 해외공연의 모범적 사례다. 일본 외무성 산하 '저팬 파운데이션' 초청으로 체제비.항공비.일비(배우들의 하루 용돈) 는 물론, 공연료를 별도로 받는 조건이다.

번안.연출가의 저작료까지 보장해 주기로 했다. 도쿄는 분카무라 극장, 오사카는 드라마 시티 홀, 후쿠오카는 웨스트 시빅 센터에서 공연한다.

김대표는 "일본은 외국의 것을 제3의 시각에서 변용할 수 있다는 형식적인 면에서, 중국은 자본주의화에 따른 사회문제라는 주제적인 면에서 '지하철 1호선' 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며 "철저하게 준비해 우리의 색깔과 혼이 드러나는 공연을 보여주겠다" 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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