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축승금 파문' 아마야구 육성책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마야구 '축승금 파문' 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대한야구협회 고익동 회장 직무대행은 "심판부의 문제인 이상 심판이사가 책임지면 될 일" 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려는 입장이지만 25일 일부 심판들이 경기 출전을 보이콧하는 등 그리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 않다.

'축승금 파문' 은 지금까지 묵시적인 관행으로 여겨졌던 심판진의 금품 수수가 세간에 노출된 것이다. 올해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광주진흥고 · 단국대 · 성균관대 등이 우승을 차지한 뒤 심판진에 '성의 표시' 로 1백만원에서 6백만원까지 전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협회는 "사실을 보고받고 돈을 모두 돌려줬다" 며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처음부터 돈을 받지 않았어야 할 심판부가 상부에 사실을 보고한 뒤 "돌려줘라" 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돈을 되돌려 준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그 책임을 심판이사 한명에게 떠넘기려는 협회의 태도다. 그동안 돈을 받아왔지만 뒤탈이 없었기에 문제가 안되고, 이번에는 심판부가 돈을 돌려줬음에도 그 사실이 공개됐으니 심판부 책임자를 내쫓듯 문책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사태 해결책이 아니다.

야구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일에 책임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김윤규 심판이사가 협회 내부에서 정화를 주도해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심판이사에 취임한 뒤 심판 비리를 척결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좋은 게 좋은 것' 이라는 사고가 몸에 밴 세력과 마찰을 빚게 됐다. '까마귀 노는 곳에 갔던 백로' 가 까마귀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셈이다.

현재 대한야구협회는 한마디로 행정력을 상실한 단체다. 정몽윤 전 회장 사임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새 회장을 영입하지 못했고 고익동 직무대행은 지방 대의원들의 입김에 휘말려 제대로 된 아마야구 육성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협회 일부 임원들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뒷돈을 받아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물이 고여 썩어가는 아마야구를 바로 세우려면 더 이상 물 밑 썩은 부분을 감추려 할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대한야구협회의 조직과 기능을 재정비해 프로야구 주관기구인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흡수 통합시키고 그 행정력과 운영 기능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아마야구 살리는 길' 이다.

이미 프로야구 8개 구단은 자신들의 연고지 아마팀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프로-아마의 기능 통합은 시드니 올림픽에서 그 효과가 드러났다. 27일에는 프로-아마 야구발전위원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아마측이 '편 가르기' 나 '밥그릇 싸움' 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야구 발전을 위해 나서주길 바란다.

※ 이태일의 인사이드 피치 리스트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