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④ 여름리그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올해 여자프로농구(WKBL) 여름리그에서 가장 눈에띄는 것은 무엇보다도 외국 선수 자유선발제에 따른 다양한 피부 색깔을 가진 용병들의 활약이다.

지난 시즌까지 여자프로농구는 외국 선수를 중국 출신으로만 제한해 왔으나 이들의 기량이 우리 선수보다 나을 게 없고 오히려 수준이 낮은 경우도 있어 벤치만지키는 등 인기 몰이에 별 도움이 안됐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번 부터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비롯, 다양한 나라의 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유입돼 대회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 13명인 용병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팀당 2명 보유에 1명만 출전하고 금호생명만 3명 보유에 2명 동시 출전이 가능하다.

이는 꼴찌를 도맡아했던 금호생명도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중상위권 판도 역시 혼전으로 치달을 확률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특급가드 전주원을 보유한 현대건설과 같은 팀은 용병 센터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면 선두를 독주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반면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검증되지 않았고 팀 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춘 지도 오래 되지 않아 초반 판도에는 그리 큰 영향을 못 미칠 수도 있다.

아직 예측하기에는 이르지만 몇몇 용병들은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용병 의존도가 높은 금호생명의 가드 겸 포워드 안젤라(28.미국.188㎝)는 WNBA를 거친 노련한 선수로 득점력이 있고 돌파 능력까지 갖춰 최경덕 감독으로부터 신임을 잔뜩 얻었다.

파워포워드인 밀라(30.유고슬라비아.190㎝)도 99-2000 유고 리그 득점왕에 오를 만큼 골밑과 외곽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슈터여서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농구 첫 데뷔 무대인 겨울리그에서 5위에 머문 박광호 국민은행 감독은 정통 센터 라피유(29.나이지리아)의 가세로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

193㎝, 95㎏로 마치 미국프로농구(NBA)의 샤킬 오닐을 연상시킬 만큼 여자선수로서는 거대한 체구를 보유, 골밑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삼성이 챔피언에 오르는 데 한 몫한 무스타파 호프와 성이 똑같은 호프(24.미국.187㎝)를 팀 기둥으로 점찍어 활약이 주목되며 신세계도 제캅슨(29.라트비아.193㎝)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이애미대를 거쳐 지난해 스페인리그에서 활동한 호프는 빠르고 탄력이 좋은 전천후 선수이고 제캅슨은 정선민과 강력한 더블포스트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현대와 한빛은행 등도 용병들이 현재까지 보여준 실력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어 6개 구단의 이방인들이 펼칠 활약이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있다.

용병들의 활약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대표팀의 양대 산맥인 정은순(삼성생명)과 정선민(신세계)이 펼치는 2천득점 선점 경쟁. 정은순은 통산 1497점, 정선민은 1473점을 기록, 간발의 차로 이 부문 1.2위를달리고 있어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두 선수는 현재 첫번째 2천 득점의 주인공이 되는 데 강한 승부욕을 보이고 있어 매 경기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정은순은 또한 1천 리바운드 고지에도 183개만을 남기고 있어 이번 시즌 중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2위 장선형(684개.신세계)과는 격차가 커 싸움이 되지 않는다.

어시스트 부문에서 홀로 뛰고 있는 전주원(현대) 역시 현재까지 475개를 기록, 부상만 아니라면 500어시스트 고지를 무난히 점령한 뒤 어시스트 600개까지 도전할만 하다.

이 밖에 통산 득점 3위(1348점)에 올라있는 이언주(신세계)는 2천점 고지에도 도전할만 하지만 그보다 현재 3점슛 200개 달성에 9개만을 남겨놓은 상태로 리그 초반 달성이 가능하다.

또 가로채기 1위(188개) 이미선(삼성생명)도 리그 중반 전에 무난히 200개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종애(한빛은행)도 블록슛 26개를 보태면 통산 250개를 기록하게 된다.(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