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통합 임박 돈세탁 특수 비상

중앙일보

입력

유럽연합(EU)단일통화인 유로의 실물유통이 시작되는 2002년 1월 1일을 앞두고 연간 6천9백억파운드로 추산되는 유로권 12개국의 검은 돈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 등에 따르면 범죄조직과 부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고가품 쇼핑으로 시계와 보석.자동차 같은 사치품을 비롯해 수영장과 대저택 등 부동산들이 대상이다. 이 때문에 유로권 국가들 모두 비자금이 풀리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등 경기부양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개별 국가의 세법에 따라 비자금이 몰리는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

스페인에서는 건축 중인 집을 사들였다가 몇주 만에 되파는 방식이 가장 선호되고 있다.

반면 자동차 구매와 부동산 거래 등이 자동적으로 세무당국에 통보되는 독일에서는 아내와 정부를 기쁘게 하는 고가의 보석이나 장신구 등 '묻지마 소비' 가 많다.

반면 이도 저도 싫은 사람은 스위스나 룩셈부르크 등 조세 도피처로 돈을 옮기느라 한창 바쁘다고. 실제로 룩셈부르크와 접한 독일국경에서는 돈을 숨긴 채 국경을 넘으려다 적발된 차량이 최근 30%나 증가했다.

그러나 무슨 방법을 동원하든 내년 2월 이후면 종이쪽지에 불과한 각국 통화 사용을 위해 쇼핑 붐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안혜리 기자 hyer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