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잘못된 금강산 지원방식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한국관광공사를 남북협력사업자로 선정함으로써 협력기금의 지원문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관광공사의 금강산 사업참여가 과연 적합하며 정부가 협력기금을 줘도 좋으냐에 달려 있다.

*** 적자 사업 참여한 관광公

국영기업인 관광공사의 금강산 사업참여는 사실상 정부가 사업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현 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정경분리' 원칙과 배치된다.

'국민의 정부' 가 그토록 자랑해온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포기할 경우 남북관계 진전은 물론 국민적 지지를 받는 데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의 부실기업들에 대해 개혁차원에서 과감히 정리하고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정부가 대북관련 실패사업에 대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력기금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실로 앞뒤가 맞지 않는 커다란 모순을 범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국영기업인 관광공사가 민간의 적자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공기업 설립 목적이나 정관 등 어느 면에서 보나 정당화 될 수 없다.

그것도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까지 이른 부실 민간기업과 합작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공기업의 기본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처럼 관광공사의 금강산 사업참여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집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의 서울답방에 앞서 커다란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것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줘야 할 정부로서는 우선 금강산 관광사업 지속 필요성에서 관광공사를 끌어넣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햇볕정책의 상징을 살리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은 햇볕정책의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이것을 막고 보자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은 앞으로 어떠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추진돼야 하는가?

첫째, 대북관광사업은 경제성.사업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이 사업의 채산성이고 채산성 유무를 좌우하는 것은 관광상품으로서 이 사업의 상품성이다. 그런데 이 사업이 상품성을 구비하지 못한 것은 국내외 관광처럼 안전하고 자유롭고, 편리한 분위기 속에서 관광을 할 수 없었다는데 있다.

무거운 철조망을 쳐놓은 가운데 군인들이 총을 메고 감시하고 있고, 관리원들이 관광규칙 위반자를 눈을 번뜩이며 찾는데 혈안이 돼 있는 상황에서, 그 누가 마음놓고 구경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육로관광이 실현되더라도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같은 관광유인 요소의 결여에다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에서 오는 정치적 리스크가 잠복돼 있으므로, 사업성을 위해서는 북측의 태도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 사전에 국회심의.동의를

둘째, 관광공사에 대한 협력기금 지원은 기금법 규정에 상충된다. 남북협력기금법에 의하면 기금의 우선지원 대상으로 '중소기업자' 를 명시하고 있고, 30대 대규모 기업집단과 자기자본 완전 잠식기업을 제외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30대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이 법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

또 남북협력기금은 국민의 혈세라는 점에서 사전에 국회의 심의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셋째, 대북경협에서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현실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지만 정부가 일단 '정경분리' 원칙을 천명한 이상, 그 원칙에 따르는 것이 순리요 정도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실현과 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제 와서 그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훼손한다면 정부의 대북정책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영해침범 북한 상선들에 대한 미온대응이 정치적 대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경협마저 정치적 논리로 풀려 할 경우 이것은 결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宋榮大(숙대 겸임교수.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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