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산사업 지원, 편법은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중단 위기에 빠진 금강산 관광사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편법 지원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경제성을 도외시한 무모한 사업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뜬금없이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키로 한 것이 지난 20일이었다.

그로부터 사흘 만에 정부는 관광공사를 남북 협력 사업자로 지정했고, 이를 토대로 관광공사는 금명간 정부에 남북 협력기금 대출을 신청한다고 한다.

벌써 정부는 신속한 처리를 다짐하고 있다. 관광공사의 금강산 사업 참여와 남북 협력사업자 지정이 국민의 세금으로 현대아산을 지원키 위한 편법임이 드러난 셈이다.

민간기업의 수익성을 무시한 '퍼주기 계약' 의 당연한 결과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은 정부 스스로 내세워온 '정경분리 원칙' 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사업에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서 금강산 사업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지하게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일이지 어물쩍 편법으로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관광공사를 통한 정부의 편법 지원을 문제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의 지원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의 변화나 남북관계의 풍향에 관계 없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남북 협력기금을 쓰면서 법조문만을 내세워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고 우기는 자세로는 금강산 사업의 장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경제성 문제도 그렇다. 육로 관광길만 열리면 황금알이라도 낳을 것처럼 떠들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 쪽에서는 관계 장관까지 나서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느라 바쁘지만 정작 북측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우리만 안달이 난 꼴이다. 북측이 먼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때 금강산 관광은 수익성을 갖춘 남북 협력사업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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