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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펀드 수익률 1위… 고성장 전망에 선진자본 몰린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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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호 20면

GS홈쇼핑은 지난달 5일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그룹인 GMC와 합작해 현지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이 나라 유일의 24시간 홈쇼핑 채널로 총 2800만 가구에 방송된다. GS홈쇼핑이 해외 진출한 나라는 중국·인도·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5개국으로 이 중 3개국이 아세안 회원국이다. 이 회사 황규란 차장은 “ 필리핀·말레이시아도 추가 진출 후보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제2의 브릭스’ 아세안 뜬다… 투자 포인트는

이전에도 한국 기업의 아세안 진출은 활발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 종전에는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 값싼 노동력을 보고 자원개발·제조 업종이 많이 진출했다. 하지만 이제 아세안은 거대 소비시장으로 커 가고 있다. 유통업체 진출이 활발한 까닭이다. 아세안 소비시장은 얼마나 될까. 전체 인구 6억4000만 명으로 중국(13억 명), 인도(12억 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특히 평균 연령이 29세로 향후 경제성장과 내수 확대의 여지가 크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15년이면 아세안 소비시장 규모가 1조7000억 달러(1890조원)로 5년 전인 2010년보다 40%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거의 전 회원국 4% 이상 성장할 듯

유엔이 최근 내놓은 ‘글로벌 투자 보고서’를 보면 아세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17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 중국의 FDI 증가율 8%를 훨씬 웃돈다. 올 들어서는 주식시장에 돈이 몰려든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올해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아세안 3개국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자금은 지난 21일까지 60억4900만 달러였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미국·유럽의 선진국 투자자금이다. 현 추세가 연말까지 간다면 역대 최대치인 2007년 65억700만 달러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금이 넘치면서 주가는 크게 올랐다.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태국 증시는 24.3%, 필리핀은 20.4%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싱가포르(11.5%)와 인도네시아(9.37%)의 주가지수 상승세도 만만찮다. 이 덕분에 아세안 증시에 상장된 3600여 기업의 시가총액은 약 2조 달러로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둘째다.

일각에서는 돈이 너무 빨리 몰려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튼튼한 실물경제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세안이 세계 경제 평균성장률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세안 10개국 중 싱가포르를 제외한 9개국이 올해 4%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아세안의 올해 수출은 글로벌 경기가 가라앉아 좋지 않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인프라 개발과 민간소비가 활발해 수출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돼 수출까지 탄력을 받으면 아세안의 성장세가 더 커질 전망이다. 아세안의 주요 수출품은 야자유·천연고무·목재·석탄 등이다. 식용유 원료 야자유는 아세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86%에 달한다. 천연고무와 목재는 각각 72%, 73%다. 석탄도 세계 생산량의 43%를 차지한다. 특히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AEC)가 출범하면 아세안 역내·역외 교역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AEC는 단일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을 만들어 회원국 간 경제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삼성자산운용 싱가포르법인의 앨런 리처드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세안은 향후 3년간 연평균 5~6%씩 성장하고 AEC가 출범하면 외국인 자금이 더욱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보적 전망도 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동남아 담당 연구전문위원은 “선진국인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같은 개발도상국, 라오스·캄보디아·미얀마 등의 저개발국이 섞여 있어 역내 경제가 함께 골고루 성장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세안은 한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다. 교역 규모로 볼 때 중국 다음의 두 번째 교역경제권이다. 2007년 체결·발효한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교역액이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해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는 1250억 달러로, 2006년 618억 달러보다 두 배 늘었다.

아세안 경제 규모 빅4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GDP가 9283억 달러로 아세안 전체 GDP 2조9350억 달러의 29%를 차지한다. 석유·가스 등의 원자재가 주요 수출품이지만 다국적기업의 전자제품 생산기지로도 인기가 높다. 태국은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섬유·신발 등을 많이 수출한다.

“이슬람채권 수요, 5년 후 세 배로 늘 것”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이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국영투자회사 테마섹(Temasek) 등 양대 국부펀드를 앞세워 세계 각지에서 총 400억 달러 넘는 자금을 운용한다. 최근에는 안정된 경제성장에 힘입어 이슬람채권(수쿠크·Sukuk)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수쿠크는 이슬람계 자금을 원하는 정부나 기업이 이슬람 국가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이다. 전체의 80%가량이 말레이시아에서 발행된다.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채권 발행자한테서 이자 대신 배당금 명목으로 대가를 받아 수익을 낸다. 이자가 없어 채권 발행자는 초기 발행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런 강점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슬람채권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언스트&영에 따르면 이슬람채권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수요는 2017년 9000억 달러로 현재 3000억 달러의 세 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이슬람채권 도입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수익금이 테러지원 단체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기독교 단체 등의 반대로 입법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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