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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도피 떠난 교사-여중생, 국경 넘어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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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교사와 여중생의 애정 도피 행각이 이웃 나라 프랑스와의 갈등까지 빚어내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일 영국 서식스 지역의 중학생 메건 스태머스(15)와 수학 교사 제러미 포리스트(30)가 영국 도버에서 프랑스 칼레로 여객선을 타고 야반도주한 데서 비롯됐다. 미성년자 성범죄 제보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을 눈치챈 두 사람이 황급히 국경을 넘은 것이다.

 영국에선 성인이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해당 청소년이 동의를 한 경우에도 중범죄로 다룬다. 유사 사례에서 징역 7년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교사나 의사 등 미성년자와의 접촉이 많은 직업은 상대방의 연령 제한이 18세 미만까지로 확대된다. 영국엔 간통죄가 없지만 포리스트는 유부남이기도 하다.

 도버항 인근 도로에서 포리스트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스태머스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모습과 여객선에서 포리스트가 스태머스의 어깨에 팔을 얹고 걷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잡혔다. 두 사람이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고 추정되는 이유다.

 영국 방송과 신문에선 사건을 연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스태머스의 부모가 울면서 “혼내지 않을 테니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모습도 방송됐다. 프랑스로 갔다는 것만 추정될 뿐 둘이 어디에 있는지는 일주일이 넘도록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영국 경찰이 프랑스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프랑스에선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면 성인이 15세 이상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포리스트가 프랑스 법으로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추적하지는 않는다.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가보겠다”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영국에선 프랑스 경찰이 휴대전화 발신지 조회나 신용카드 사용처 확인에 나서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데일리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은 프랑스 언론이 스태머스와 포리스트의 사진을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의 인상착의가 알려지지 않아 아직까지 신고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주요 언론은 이 사건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보도를 하는 경우에도 두 사람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거나 사진을 쓰지 않는다. 사생활 존중이 엄격하고 애정 문제에 관대한 프랑스에선 이런 일에 사진까지 실어 보도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프랑스 언론은 영국과 달리 두 사람의 관계를 ‘연인’ 또는 ‘커플’로 표현하고 있다. 프랑스 영화나 소설에선 미성년 학생과 교사의 사랑이 금기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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