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압구정동 '포 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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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피자.돈까스.카레라이스.된장찌개‥.

어느 메뉴든 어떤 모양에 어떤 맛이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익히 먹어왔던 음식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이들 메뉴가 처음에 만들어졌을 땐 무척 생소했을 게다. 모양이 괴상하고 맛도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 새롭게 시도한 것이 차츰 주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명실상부한 '음식' 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포 마이(Pho Mai) ' 란 음식점의 메뉴가 그렇다. 상호에서 풍기듯 동양음식에 무게를 둔 아시안 퓨전요리이지만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사장 내외는 이를 부정한다.

"세계를 돌면서 터득한 요리 기술을 요리조리 재조합해 우리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낸 것" 이라고 말한다.

이 집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표 메뉴는 '아몬드를 뿌린 연두부' 다. 우선 아몬드의 딱딱함과 연두부의 부드러움을 그릇에 함께 담는다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함께 담겨 나왔다.

연두부가 온통 아몬드를 뒤집어 쓰고 있다. 다행히 통아몬드가 아닌 슬라이스 아몬드다. 젓가락으론 감히 덤빌 엄두가 안난다. 숟가락으로 크게 한술 떠 과감하게 입안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숟가락 바닥에 있는 연두부의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먼저 혀끝에 닿는다.

입 천장을 자극하는 날카로운 아몬드가 부서지기 시작하면서 입안에 생각지도 못한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가득 번진다. 연두부와 아몬드 사이에 각종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 다진 것이 숨어있었기 때문.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재미난 맛이다.

서산에서 올라온 활암게를 튀겨 칠리소스에 버무린 메뉴도 독특하다. 알과 내장이 들어있는 게뚜껑은 살짝 튀겨서 알이 팍팍하지 않고, 게살의 단맛을 느낄 수 있는 몸통과 다리는 바짝 튀겨서 껍질을 씹어먹어도 괜찮을 만큼 연하다. 이 메뉴는 다음달엔 꽃게잡이가 금지돼 다른 것으로 바뀐단다.

이들 두 메뉴와 함께 토종닭 야채샐러드.샤브샤브롤.새우토스트.스프링롤.닭봉튀김.해물쌀국수로 이어지는 스페셜 세트메뉴(저녁) 가 2만5천원. 디저트로 망고 푸딩.호박죽.애플 파이.오렌지 젤리 등 6~7가지를 준비해놓고 손님마다 다른 것을 내준다. 나눠먹기 좋아하는 여성손님을 배려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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