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조에 대한 감시·견제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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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동부 장관이 "노조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노조가 탄압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감시.견제장치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이야기나 "노조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미뤄볼 때 정부의 노조감독권 부활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노조의 자체정화 기능에 맡겨야지, 외부 개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사정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할 노동부 장관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특히 그가 정부에 들어가기 전에는 근로자의 편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구조적 비리로 얼룩진 우리 노조의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막다른 지경까지 왔다는 절박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조 스스로의 처신과 행태가 외부 개입을 불러들인 것이다. 노조 비리가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에는 이미 귀족노조.권력노조가 보통명사로 굳어져 버렸다. 노동조합법은 1997년 이후 모든 회계와 감사를 노조 자율에 맡겨놓았다. 노조가 향우회나 동창회가 아니고 근로자들이 스스로를 희생해 가며 조합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 이런 당연한 제안을 탄압이라고 우기는 게 안타깝다. 정부의 개입이 거북하다면 노조 스스로 변화의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노조는 우선 국회에 제출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노조의 독립성은 인정돼야 하지만 일정 비율 이상의 조합원이 요구하거나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중립적인 외부 위원회가 노조의 회계 및 운영사항을 조사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노동조합에 대한 전면적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노조는 불신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혁 세력을 자처해 온 노조 역시 어느새 개혁 대상이 돼 버렸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