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거품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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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에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경고하는 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 내수가 타격을 받고 이는 곧 우리 기업들의 수출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5일 미국 부동산 시장의 최근 투자 붐이 1990년대 말 '닷컴 열풍'을 닮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지금 부동산을 놓치면 바보'라는 심리가 퍼져있다며 자칫 부동산 시장도 닷컴 거품 붕괴와 비슷한 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벤처 버블 때도 '닷컴 주식이 없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과열에 가깝다.미국 상무부는 24일 2월 미국 신규주택 판매량 증가율이 최근 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투기 자본까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4분의 1이 주거가 아닌 투자 목적이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의견은 많다. 2000년 닷컴 거품붕괴를 미리 예견했던 예일대 로버트 실러(경제학) 교수는 "과거 증시와 비슷한 현상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부동산붐이 거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경우 주택 매입 가격은 임대료의 35배에 이른다. 뉴욕과 웨스트 팜 비치에선 25배다. 임대가 훨씬 싸지만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높은 주택가격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23일 '세계경제 공돈 천지 속 거품에 휩싸여'라는 칼럼을 실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돈 줄을 더 조여 부동산 거품을 막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칼럼을 쓴 스티븐 펄스타인은 "샌프란시스코 같은 경우 주택을 직접 소유하는 게 임대하는 것보다 비용이 50%나 더 든다"면서 이게 바로 거품이 낀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은 주식과 다르다는 주장도 적지않다.

시카고 메시로 파이낸셜의 다이앤 스웡크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거품이 터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오르고 있지만 주택을 사면 세금 혜택이 있고 최근 10년 간 S&P 500 지수가 세 배로 올랐지만 집값 상승폭은 두 배가 채 안되는 등 상승여력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최근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알고 있지만 미국 역사상 집값이 급락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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