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오르막 급경사' 9·18번홀 승부처

중앙일보

입력

"이건 골프가 아니야. "

US오픈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5백만달러)가 열릴 미국 오클라호마주 툴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6천3백17m)에서 지난 7일(한국시간) 연습라운드를 가진 핼 서튼(43.미국)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 불만을 터뜨렸다.

18번홀(파4.4백19m)에서 그가 멋진 3번 아이언 세컨드 샷으로 공을 깃대 7m 앞에 적중시킨 다음부터 문제가 생겼다.

2온 후 버디를 잡으려는 서튼의 작전과 달리 그린에 맞은 그의 공이 급한 오르막 경사인 그린 끝부분까지 구르더니 이번엔 거꾸로 경사를 따라 멈출 줄 모르고 뒤로 굴러내려 깃대와 45m나 떨어진 그린 앞쪽 페어웨이에 서버렸다 서튼은 결국 3온2퍼팅, 보기를 범했다.

14일 밤 개막될 US오픈의 악명 높은 그린 설계가 출전선수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우승후보 중 한명인 세르히오 가르시아(20.스페인)도 지난 12일 9번홀(파4.3백37m)에서 같은 봉변을 당했다. 그는 공을 그린 뒤쪽에 2온시킨 뒤 5m짜리 버디 퍼팅을 시도했으나 공은 내리막 경사를 따라 그린 바깥 페어웨이로 나가고 말았다.

9, 18번 외에도 4, 11번홀 그린이 모두 뒤쪽이 높은 '낭떠러지' 형이다. 그린 경사가 일반 골프대회보다 5%이상 더 급한데다 깃대를 그린 맨 앞에 꽂아 좋은 스코어를 원천봉쇄한다. 잔디 길이 역시 바리캉으로 깎은 듯 짧다. 버디기회가 오히려 보기로 변하도록 한 US오픈 특유의 '심술' 이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비 제이 싱(34.피지)은 이에 대해 "골프의 정신에 위배된다" 고 말했다. "선수들을 골탕 먹여 관중 앞에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 대회 권위는 아니다" 는 것이다.

개막 하루를 남기고 서던 힐스의 그린이 쉽게 조정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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