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VS 삼성전자… 연구개발비 삼성이 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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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가운데 노키아와 견줄만한 회사를 꼽자면 삼성전자다. 이들은 덩치는 비슷하지만 사업영역 면에서 노키아는 이동통신 단말기 전문회사인 반면 삼성은 반도체.이동통신.가전까지 다양하게 취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에서 세계 5위인 삼성전자가 선두인 노키아를 이기려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늘리고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더 강화해야 한다" 고 말했다.

◇ 다양한 제품의 장단점=노키아에 비해 다양한 삼성전자의 제품군은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투자를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은 단점이며, 갈수록 두드러지는 이종 기술.제품간의 결합 추세를 감안하면 장점으로도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이동통신.가전.컴퓨터 제품을 모두 만드는 삼성전자는 얼마전 만해도 다각화한 사업구조가 부담스러웠다" 면서 "그러나 지금은 가전.컴퓨터가 이동통신과 합쳐지는 추세여서 이런 구조가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는 삼성전자가 극복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지난해 반도체의 전체 매출 비중은 35%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체 경상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이동통신.디지털 미디어 등 다른 사업부에서 수익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도 일고 있다.

◇ 연구개발.브랜드 파워 강화가 관건=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지난해 약 2조원)는 단연 국내최고 수준이나 노키아에는 못미친다.

지난해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매출 규모가 비슷했지만 연구개발비는 9천억원 이상 차이났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율도 노키아는 지난 5년간 8%대였으나 삼성은 6%를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도 노키아에 비해 약하다. 미국의 브랜드 가치 전문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해 52억달러(세계 43위)인데, 이는 노키아(5위)의 7분의1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노키아의 가장 큰 장점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인간적인 디자인" 이라며 "삼성전자가 작고 가벼운 중.고가 휴대폰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면 내후년께는 노키아.모토로라와 함께 세계 3대 업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세계최대 광고대행사 WPP그룹의 마틴 소렐 회장은 "삼성의 인지도는 세계적 수준이나 주력 상품이 너무 많아 브랜드 이미지가 분산되는 것이 문제" 라며 "이를 잘 관리해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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