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띠를 풀어라" 파업 비난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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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가뭄으로 죽음 같은 절망 속에 한줄기 물을 찾고 있는 이 때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여 맨 머리띠를 풀어라. "

민주노총의 연대 파업 이틀째인 13일 한 시민이 민주노총 지도부에 전달해 달라며 본사에 보내온 글이다.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일반시민은 물론 학계.시민단체.재계 등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 파업 자제 목소리=민주노총의 홈페이지(http://www.kctu.org)에는 파업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쇄도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라는 네티즌은 "허우적거리는 나라 경제와 농민들의 아픔을 과연 민주노총 지도부가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는 글을 남겼다.

"나라 경제가 회생의 기로에 서 있는 이 때 명분없는 총파업은 국익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 는 주장도 실렸다.

일부 시민단체도 이번 파업의 명분에 의문을 던졌다.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대한항공 등 일부 불법파업도 그렇고, 시기적으로도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4일 회장단회의를 열어 연대 파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키로 했다.

◇ 연대 파업 이틀=항공사 조종사 노조에 이어 13일 서울대.이화여대.충북대.전북대.동국대.전남대병원 등 6곳이 파업에 돌입했다. 여의도성모.강남성모.경희의료원 등 6곳은 이날 협상이 타결됐다.

대한항공은 이날 일본.중국 등 근거리 노선 위주로 국제선은 92편 중 49편만 운항했고 국내선은 2백44편 중 서울~제주 등 두 노선에 15편만 띄웠다.

이날 파업 규모에 대해 노동부는 전국 28개 사업장 1만6천여명으로, 민주노총은 69곳 4만여명으로 집계했다.

◇ 정부 강경대응=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3일 헌정회 간부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불법 파업에 확실히 조치할 것" 이라며 "대한항공.병원 파업에도 그런 원칙으로 대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주재한 긴급 노동관계 장관회의에서는 파업 주동자.가담자 전원을 사법처리하고 영업방해나 시설 손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철저히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진국.강갑생.정현목.전진배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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