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서도 '가치주' 주도 시작

중앙일보

입력

기술(IT)주에 가려 뒷전에 밀려있던 가치주들이 최근 코스닥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백세주로 유명한 국순당은 13일 연이틀 상한가를 기록했고 패션내의 전문업체인 좋은사람들은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또 코스닥의 간판 가치주인 국민카드는 13일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5개월만에 처음으로 상한가에 올라섰다. 매일유업.두림티앤씨.케이디엠 등 실적이 좋은 가치주들도 이번주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인디시스템.한국정보공학 등 코스닥의 기술주들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시 관계자는 "코스닥의 가치주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뒷받침되는 데다 조정을 받더라도 곧 반등하고 있어 상승세가 쉽사리 누그러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11.12일 이틀동안 좋은사람을 13만주(1.12%)사들였고, 국순당도 17만주를 순매수했다. 또 지난주까지 국민카드를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이번 주 들어 10만주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닥의 가치주를 보는 외국인의 시각도 달라져 메릴린치는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국민카드가 올들어 5개월동안 연간 추정치의 60%인 2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며 '장기매수' 투자의견을 냈다.

전문가들은 기술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최근 거래소에서 태평양 등 가치주들이 맹위를 떨친 것도 코스닥 가치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수출보다 내수가 먼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국순당.좋은사람들.매일유업 등 내수관련 가치주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분석이 고개를 들면서 기술주의 대안으로 가치주가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이사는 "IT주들이 강하게 반등하지 않는 한 가치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 이라며 당분간 가치주들이 코스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鄭 이사는 "IT주들은 대세상승기에 접어든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 이라며 "미국 경기가 4분기에나 회복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IT주 반등시기는 의외로 늦어질 것 같다" 고 내다봤다.

가치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머니게임 양상을 보였던 코스닥시장에도 실적을 따지는 정석투자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굿모닝증권 박재석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성장성에만 초점을 맞췄던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따지기 시작했다" 며 "기관과 외국인들이 골고루 보유해 수급이 안정됐고 실적이 좋은 코스닥 가치주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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