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벙커를 호텔로 바꾸는 알바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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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공산정권 시절인 1970~80년대 알바니아엔 75만 개의 ‘전쟁용 벙커’가 만들어졌다. 독재자 엔버 호사가 외침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급조한 이글루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알바니아를 세계에서 가장 고립되고 가난한 나라로 만든 호사의 버려진 회색벙커들이 ‘관광용 호텔’로 변신하고 있다.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발칸반도의 알프스’ 알바니아를 찾는 여행객이 최근 부쩍 늘고 있지만 숙박시설은 태부족이다. 때맞춰 벙커개조 아이디어가 나왔다. 독일 마인츠대 학생인 이바 슈트레피가 학위논문에 실은 이 기발한 착상을 마르쿠스 프레트나르 교수가 학생들과 함께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독일 주간지 데어슈피겔이 전했다.

 1.3m 두께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벙커 안엔 목재마루와 매트리스가 깔리고 샤워시설과 간이부엌 등이 설치된다. 한 곳에 8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여행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대대적인 개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산정권이 무너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알바니아는 여전히 유럽 최빈국 중 하나로 머물러 있다. 이글루 벙커 호텔은 알바니아의 관광수입을 늘려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벙커의 소유권은 알바니아 국방부에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이를 수리해 ‘베드 앤드 벙커’ 숙박시설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1인 1박당 8유로(약 1만2000원) 정도다. 값싸고 특이한 이 호텔은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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