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치히터] 한 여름의 사나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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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여름, 미국 시카고에서는 '성장의 세기'라는 주제 아래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를 더 널리 알리고 더욱 빛나게 할 무슨 아이디어가 없을까 궁리하던 시카고 트리뷴지의 야구기자 아치 워드는 문득 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당시 커미셔너이던 켄쇼우 랜디스 판사를 찾아갔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선수들 중에서 팬들의 투표로 각 포지션별로 베스트 선수를 뽑아 대결시켜보자는 제안으로 1933년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올스타게임이다. '꿈의 구연(Dream Game)' 혹은 '한여름의 고전(Mid-Summer Classic)'이라 불리우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올스타게임은 아치 워드 기자의 순간적 재치있는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미국, 일본, 한국에서 대를 이어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올스타게임은 첫해엔 꽤 큰돈인 5만2천달러의 입장수입을 얻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중에서 경비를 제외하고 순이익 4만5천달러를 선수연금기금에 넣어버렸다. 프로야구에서 10년 이상 활약한 선수에겐 연금을 주자는 뜻에서 시작된 요즘 말로 하면 일종의 퇴직보험제도인 셈이다.

지금도 이 전통은 남아 있어 총수입의 60%는 무조건 선수연금기금에 적립된다. 흥행의 성공, 선수연금기금의 설립 등은 올스타전이 창조한 부산물이다. 이와 함께 미국 프로야구는 올스타게임을 통해 야구팬들을 들뜨게 하는 '한여름의 사나이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82년 올스타게임서 김용희선수가 만루홈런을 때려내어 '한여름의 사나이'라 불리웠고 미국의 경우에는 타격의 천재 테드 윌리엄스가 손꼽히는 '한여름의 사나이'다.

1946년 자신의 홈구장인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윌리엄스는 홈런 2개, 단타 2개, 볼넷 1개로 5타석 4타수, 4안타, 득점 4점, 타점 5점, 10루타의 대기록을 세웠다. 전타수 전안타, 타점 5점, 1게임 홈런 2개, 10루타수 등의 기록은 아직도 깨어지지 않는, 앞으로도 깨뜨리기 어려운 기록으로 올스타게임 역사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그러나 '올타임 미스터 올스타'하면 윌리엄스를 제치고 타격왕 스탠 뮤지얼이 손꼽힌다. 뮤지얼은 무려 24게임연속(1943~1963년) 올스타게임에 출전했으며 6게임 연속안타, 총홈런 6개, 총장타수 8개, 대타안타 3개 등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김용희와 같은 그랜드슬램은 아직 한번도 없다.

※ 김창웅의 핀치히터 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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