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한우물 판 기업들 새활로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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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고집스럽게 한 분야에만 매달려 온 '한 우물' 기업들이 제품을 고급화하고 목록을 다각화하면서 새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한 분야에서 이성을 지켜오던 중견기업드링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시장흐름에 맞춰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52년간 타월만을 생산하며 국내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송월타올(http://www.songwol.com)은 '타월은 싸구려' 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기능성 고급타월로 승부를 걸었다.

실의 중간에 공기구멍을 만들어 수분 흡수성을 높인 중공사(中空絲)타월, 꼬임이 없고 보푸라기가 적은 무연사(無緣絲)타월, 촉감이 부드러운 코마사 타월, 특수 소재로 만든 바이로프트사 타월 등 네 종류의 고급제품을 내놓았다.

이들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샤보렌' 이란 새 브랜드로 기존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팔 계획이다.

박병대 대표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홍보판촉용으로만 인식되던 타월시장이 고급성향으로 바뀔 것" 이라고 말했다.

1942년 한국 최초의 도자기회사로 출발한 행남자기(http://www.haengnam.co.kr)는 자사브랜드를 세계명품으로 만든다는 야심 아래 최근 1백30만원대의 '골든 로즈' 와 '골든 프린스' 홈세트를 내놓았다.

제품마다 금테를 둘러 고급 이미지를 한껏 살렸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살구꽃 문양의 심벌마크를 'H' 자로 바꿔 현대감각을 살리는 등 기업이미지통합(CI)작업에도 열심이다.

오는 11월부터 경기도 여주의 새 공장에서 생산하는 본차이나에는 '행남' 대신 '모디' 라는 브랜드를 붙인다.

회사 관계자는 "전남 목포 공장설비가 낡은 데다 행남자기라는 상호가 외국인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며 "최신 설비의 공장을 세우고 브랜드명을 바꾸기로 했다" 고 말했다.

지난달 창업자 김준형(87)회장의 큰 아들 김용주(60)사장이 새 회장에 취임하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또 우리홈쇼핑컨소시엄에 대주주로 참가한 것을 계기로 유통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26년간 유기용제 염료를 전문으로 만든 오리엔트화학은 잉크제조업체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볼펜 등 필기류에 사용하는 형광원료와 잉크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이 회사가 개발한 잉크는 미립자에 산성 안료를 사용해 선명도를 높인 것. 잉크 분야의 매출액을 총매출액의 30%선인 2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기획관리실장은 "올해 매출액은 품목다변화를 통해 지난해보다 10억원 많은 75억원을 올릴 예정" 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유재원 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한 우물' 전략은 기술경쟁력과 재무건전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위험이 몰리고 성장기회를 놓치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 며 "같은 사업 내에서라도 제품을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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