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쟁력 키우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IT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은 간단하지만 어렵다. 부분적이라도 핵심.원천기술을 확보, 글로벌 표준화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분야를 선별해 집중 투자하고, 우수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키워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고, 제조부문을 분리해 생산 전문화를 이루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 연구개발 투자 훨씬 늘려야〓지난해 미국 IT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가 R&D에 쏟아부은 돈은 38억달러(약 4조6천억원). 국내 IT분야 R&D 총규모의 30~4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투자한 금액(약 2조원)의 2.3배에 달한다.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루슨트 등 해외 선진기업이 10% 내외인 데 비해 국내 선두 기업들은 평균 5~6%대에 머문다. 루슨트가 통신장비에만 집중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가전까지 망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차는 드러난 수치 이상이라는 평가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이인찬 정보통신산업연구실장은 "절대규모에서 뒤지는 마당에 여기 저기 일을 벌이기보다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와 기초기술 육성에 집중적으로 개발비를 쏟아부을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IT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업계에선 2005년까지 국내 대졸 이상 전문인력이 13만2천명, 석.박사급은 1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반 IT교육을 받은 인력보다 곧장 현업에 투입될 수 있는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정부.기업 모두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임금수준을 높여 해외로 고급인력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생산 전문화 전략 필요〓제조기능을 분리해 전문화하는 ''생산전문화(EMS)'' 전략도 IT부문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기획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세계 3대 이동통신업체인 에릭슨은 올 초 이동단말기의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단말기 생산을 ''플레트로닉스'' 라는 EMS업체에 맡겼다. 대신 에릭슨은 R&D.마케팅에만 집중한다. 소니는 제조기능을 전담하는 자회사(소니 EMCS)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소니의 제품은 물론 부분적으론 다른 회사 제품도 생산한다.

◇ 브랜드 파워 끌어올려야〓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브랜드 파워.해외시장 개척력 등 마케팅 능력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최고경영자(CEO)부터 ''어떻게 만들 것이냐'' 는 생산 중심의 사고에서 ''만든 물건을 어떻게 비싸게 팔 것이냐'' 는 마케팅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원은 "국내 IT업체들은 그동안 해외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수출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마케팅보다 생산에 초점을 맞춰 왔다" 며 "앞으론 해외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재빨리 간파해 상품화로 연결시키는 현지 상품 기획력을 높여야 한다" 고 지적했다.

◇ 다음호에는 핀란드를 강소국(强小國)으로 만든 주역인 정보통신의 거인(巨人) 노키아사를 벤치마킹합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방만한 사업을 털고 정보통신 분야에 집중한 뒤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선 노키아의 성공비결을 핀란드 현지 취재를 통해 분석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