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3G 서비스 잇따라 연기

중앙일보

입력

올 5월 3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던 일본의 NTT도코모는 지난 4월말 돌연 상용서비스의 연기를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도 지난 4월에, 뒤이어 영국 BT도 상용서비스 연기를 각각 선언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세좋게 ''우리가 먼저'' 라며 서비스 개시 일정을 내세우던 회사들이 슬그머니 물러서는 형국이다.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도코모는 화상전화 기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기술적 이유를 들었다. SW와 전원에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는 것. BT의 경우는 어차피 전 유럽에 건설될 3G네트워크를 먼저 구축하면 그만큼 손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른 업체.국가들과 보조를 맞춰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경우 기술적 문제보다는 주파수 할당 비용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다.

결국 ▶시장 선점을 위해 쏟아부어야 할 천문학적인 비용▶화상통신 등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기술 수준 등이 서비스 연기의 공통된 이유다.

최근에는 미국 메릴린치가 3G 서비스의 경제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3G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들을 가장 선진적이라는 사업자들조차 풀지 못하고 있다" 며 "3G 사업자들이 사업권 획득에 큰 돈을 들인 반면 기존 사업자들은 2.5G라는 경쟁기술을 통해 돈 한푼 안들이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3G사업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3G가 물건너갔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아직 구체적인 3G 서비스를 경험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오해라는 것.

SK IMT의 한 관계자는 "2.5G 서비스의 데이터 송신 속도가 3G에 버금간다는 것은 기술의 한 측면만 본 것" 이라며 "이미 음성 통화로 포화된 기존 이동전화와 같은 주파수를 쓰는 2.5G로는 제대로 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어렵다" 고 지적했다.

결국 ''글로벌 로밍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에 대한 수요가 분명한 이상 어느 정도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이 재연되리라는 예상이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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