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리키 핸더슨 '300-300을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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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예상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때 5연승으로 지구 1위까지 차지했던 샌디에이고는 전력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순위경쟁이 벌어지는 6월 들어 처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샌디에이고에 대한 관심을 저버릴 수 없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대도 리키 핸더슨이 일구어 가는 역사를 보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기록을 향해 뛰고 있는 핸더슨이 목표로 삼은 것 중의 하나는 바로 300홈런-300도루 클럽 가입이다.역사상 이 기록을 달성했었던 선수는 윌리 메이즈, 바비 본즈, 안드레 도슨, 그리고 배리 본즈의 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핸더슨이 위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따로 있다. 그것은 호쾌한 장타력을 가지지 못한 선수가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낸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핸더슨은 이 기록의 절반에 해당되는 300개의 도루는 이미 19년전에 달성했다. 마지막 절반을 위해 핸더슨은 무려 20년 가까이 기다린 셈이다.

현재 핸더슨의 기록은 287홈런-1380도루. 역사상 5번째로 300-300 클럽에 들어가는 데는겨우 13개의 홈런만이 남아 있다. 핸더슨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986년과 1990년에 기록했었던 28홈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 시즌 내에 이 기록이 달성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지난 시즌 뉴욕 메츠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치며 123경기를 소화하며 기록한 홈런은 4개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47경기에서 5개의 홈런을 치며 지난 해보다 훨씬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샌디에이고가 남기고 있는 경기는 99경기. 산술적으로 핸더슨의 13홈런 추가는 어려울 전망이지만, 1996년 배리 본즈가 후반기 11경기에서 9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40-40을 달성했듯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집중력이라면 기록 달성이 과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다른 네 명의 300-300 멤버들과는 달리 20년이 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 기록을 달성하는 핸더슨의 모습에서 팬들은 진정한 위대함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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