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주냐 성장주냐…주도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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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소강 국면에 들어가며 앞으로 주식시장을 이끌 주도주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가치주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성장주 매입을 권고하고 있다.

11일 증시에서도 두 시각이 맞서 태평양.한국전기초자.현대백화점 등 대표적 가치주들이 치열한 매매공방을 벌였다.

태평양과 한국전기초자는 이날 한때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차익 매물을 맞아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신세계.현대백화점도 연중최고가 수준에서 가격조정을 받고 있다.

수익이나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가치주는 내수.조선.전기.가스.금융업종 등에 많으며 경기 침체기에도 주가 하락폭이 크지 않아 방어적 투자종목으로 꼽힌다.

이에 반해 반도체.정보통신.인터넷업종이 포진하고 있는 성장주는 경기에 따라 수익이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기 상승기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

◇ 상승을 주도한 가치주=대우증권은 올 들어 가치주가 기술주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고, 조정기에도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가치주가 상승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태평양.현대백화점의 주가는 올 들어 1백% 이상 올랐고, 한국전기초자.신세계 등도 두 배 가량 상승했다. 이는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20%)를 크게 웃돈 것이다.

이에 반해 성장주인 SK텔레콤은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20% 하락했고, 한국통신도 15% 떨어졌다.

성장주이면서도 가치주 성격을 함께 갖춘 삼성전자는 올 들어 35% 올랐다.

대우증권 조재환 투자정보팀장은 "경기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나 정보통신(IT)업종이 올해 안에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며 "올 들어 성장주는 경기 회복 기대가 높을 때 반짝 상승한 반면 가치주는 꾸준히 올랐다" 고 말했다.

현대투신운용 성금성 이사도 "가치주가 올랐다고 하지만 이는 바닥권에서 오른 것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 고 진단했다.

◇ 경기 회복 기대로 부상하는 성장주=삼성.굿모닝증권 등은 올 여름께 정보통신 경기가 바닥을 칠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가 이를 먼저 반영해 성장주들이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올 들어 가치주들은 많이 오른 반면 정보통신 등 성장주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돼 주가가 낮은 상태" 라며 "7~8월께 정보통신 경기가 바닥을 친다면 주가는 6월 중순부터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 전망했다.

한국투신운용 이윤규 이사는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과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이 어우러지는 장이 될 것" 이라며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와 유동성 장세에서 빛을 보는 증권.은행.건설이 상승을 주도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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