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골프] 미 '중요 고객은 골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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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대기업 사이에선 '코퍼레이트 골프' 가 유행이다. 중요한 고객의 접대나 비즈니스 상담이 골프장에서 이뤄지는 일이 많다.

유명 대기업들은 국제적인 매너를 갖추고 골프실력이 상당한 사람을 일부러 채용하기까지 하고 있다.

때로는 거액을 주고 유명 프로골프선수를 초청, 중요 고객과 골프를 치도록 주선하기도 한다.

예전엔 프로농구나 미식축구 경기 관람을 시켜주며 중요 고객을 접대했는데, 지금은 이 자리를 골프가 차지한 셈이다.

국내 기업도 직원 중 골프 잘 하는 사람이 회사의 중요한 골프 일정에 여기 저기 불려다니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처럼 공식화되지는 못했다.

몇년전 필자도 미국 텍사스주 산안토니오 시 근교의 골프장에서 한 정유회사 회장과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다.

몸이 크고 뚱뚱해 어깨 회전도 잘 안되는 그에게 쇼트게임을 열심히 가르쳤다. 1백타를 한 번도 깨보지 못했던 그가 그날은 92타를 기록했다.

그날 저녁 그는 필자를 자신의 집을 초대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한국과 할 수 있는 일도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그때 필자는 골프가 비즈니스에도 유용한 이유를 곰곰 생각해봤다. 우선 골프가 자연속에서 하는 스포츠라 사람들이 한결 여유를 갖게 될 것 같았다. 딱딱한 사업 얘기도 술술 풀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골프는 한번에 보통 4~5시간이 걸리는 운동이다. 한번 샷을 한 뒤 한참을 걸으며 동반한 비즈니스 상대와 속깊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걸프전때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골프장에서 중요 정책 결정을 했다고 한다. 자연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정치인 등의 골프모임이 내기 골프 등 시비 거리가 되는 일이 없지 않다. 그러나 골프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술접대보다 훨씬 바이어 상담 등이 잘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도 골프를 비즈니스에 활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배석우 중앙일보 골프 전문위원 sw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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