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전과 25범, 유치장 배식구로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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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전과 25범 강도 피의자 최모(50)씨가 17일 새벽 배식구(왼쪽 사진 아래)를 빠져나와 달아났다. [대구=연합뉴스]

경찰서 유치장에 구속 수감된 전과 25범의 강도상해 피의자가 감시 소홀을 틈타 달아났다. 유치장 안에는 근무 경찰관 2명이 있었지만 조느라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달아난 피의자는 주로 절도·강도혐의로 처벌받았지만 2008년에는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올해 초 출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에서 경찰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도주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올 들어 세번째다.

 17일 오전 5시쯤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최모(50)씨가 철창 아래 배식구를 통해 빠져나온 뒤 창문을 넘어 달아났다. 최씨는 윗옷을 벗어 손에 든 채 가로 45㎝, 세로 15.2㎝인 배식구를 통과했다. 이어 오른쪽 벽에 있는 높이 2m 지점 창문의 창살(간격 13.5㎝)을 벌리고 그 사이로 빠져나갔다. 경찰은 “최씨가 키 1m65㎝에 몸무게 52㎏으로 마른 체형인 데다 머리 크기가 작아 배식구와 창문의 창살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올해 7월 8일 오전 3시쯤 대구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다가 들키자 주인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12일 구속된 상태였다. 유치장에는 유치인 7명과 경찰관 2명이 있었지만 모두 최씨가 도주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최씨는 베개에 둥그런 모양으로 이불을 덮어놓고 달아나 같은 방에 있는 유치인들도 최씨가 잠을 자는 것으로 착각했다. 도주 사실은 오전 7시35분쯤 근무 경찰관들이 아침 인원 점검을 하면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은 근무 경찰관들을 징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성인 남자가 좁은 배식구로 빠져나갈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고 했지만 화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상훈 대구 동부경찰서장은 “피의자가 배식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장면과 창문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CCTV에 그대로 찍혀 있다”며 “하지만 화면은 수사 목적 외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부서는 지난 2월에도 피의자를 놓쳤다. 당시 이 경찰서 동촌지구대에서 불법 게임장 운영 혐의로 조사를 받던 40대 남자가 감시 소홀을 틈타 달아났다. 그는 경찰관에게 “담배를 한 대 피우겠다”며 지구대 밖으로 나간 뒤 그대로 도주했다. 경찰은 10일 뒤 피의자를 검거했다. 이달 3일에는 서부경찰서 형사계에서 강도혐의로 조사를 받던 10대 2명이 입감절차를 밟는 경찰관의 눈을 피해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경찰서 앞에서, 다른 한 명은 경찰서 주변에서 4시간 뒤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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