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호텔카지노 前대표 아들, 발견당시…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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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인 재력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김모(34)씨 등 3명이 현지에서 체포돼 12일 서울 강남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필리핀에서 증권투자 사업가인 한국인 정모(41)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로 현지에서 체포된 김모(34)씨 등 한국인 3명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김씨 등은 8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정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차로 2시간 떨어진 앙겔레스시로 이동해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씨의 시신을 자신들이 임시로 빌린 주택 뒷마당에 묻고 시멘트로 덮었다. 정씨에게 마닐라 자택 집 열쇠를 빼앗아 금고에 보관된 2700만원 상당의 필리핀 화폐를 훔치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 등은 “범행 이틀 전에 카지노에서 1억원 이상 잃어 돈을 빼앗으려 했다”며 “입에 수건을 물리고 청테이프로 감아놨는데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의 부검 결과 손으로 목을 조른 정황이 발견돼 계획 살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하려는 한국인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카지노 에이전시’ 업무를 하는 김씨 등은 1년 전부터 정씨와 아는 사이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안면 있는 사람을 납치하면 쉽게 풀어주지 못한다”며 “고의 살인 가능성을 전제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국내 증권가에서 선물옵션 등에 투자하던 사업가로, 필리핀 정부에 2000만원을 주고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은퇴 비자’를 소유하고 있었다. 아버지인 정모(78)씨는 국내 유명 호텔 카지노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정씨는 숨지기 열흘 전인 8월 13일 필리핀으로 출국했고, 연락이 끊기자 가족이 현지로 찾아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필리핀 경찰은 한국에서 파견된 국내 경찰의 협조를 얻어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정씨의 동선을 파악해 피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김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말레이시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공범 한 명을 인터폴과 공조해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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