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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저 몸짓 … ‘19금 무용’의 은밀한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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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캐나다 다니엘 레베이예 무용단의 ‘사랑, 시고 단단한’은 남자 세 명, 여자 한 명의 무용수가 전라로 출연하는 작품이다. 올 서울세계무용축제의 최고 화제작이다. 레베이예 안무가는 “육체의 진정한 의상은 나체다”란 철학을 갖고 있다. [사진 서울세계무용축제]

사람의 몸이 빚어내는 미의 대축전-.

 대한민국 대표 무용 페스티벌로 꼽히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가 15회째를 맞았다. 다음 달 5~20일 서울 강동아트센터·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열린다. 16개국 57개 작품이 공연된다. 세계 무용계의 최첨단을 보여주는 문제작부터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까지 다양한 식단이 준비돼 있다. 2012년 지구촌 무용계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걸어오고 있을까.

 ◆19금(禁) 무용

이번 축제 최고 화제작은 단연 캐나다 작품이다. 다니엘 레베이예 무용단의 ‘사랑, 시고 단단한’(10월 17일, 서강대 메리홀)은 남자 세 명, 여자 한 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출연진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어도 민망할 이들이 무대 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낯설고 충격적이다. 티켓도 가장 잘 팔리고 있다.

 캐나다 퀘벡 출신의 급진적 안무가 레베이예는 나체를 소재이자 테마로 다뤄왔다. 거짓된 겸손으로부터 탈피, 솔직하게 신체를 이해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왜 이렇게 누드에 집착하는 것일까. 대답이 재미있다.

 “처음엔 무용수들에게 얇은 옷을 입게 하고 춤을 추게 했다. 더 야했다. 내 의도가 아니었다. 차라리 완전히 벗기는 게 몸에 대한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리게 됐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나에게 누드는 무대 의상과 같다. 관객 역시 처음엔 낯설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벗었다는 것을 잊고 무용가들의 몸과 근육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그건 마술이다.”

 과연 그의 무대가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될까, 아니면 또 다른 예술 체험을 선사할까.

 ‘19금 무용’은 한편 더 있다. 이스라엘 야스민 고더의 ‘러브 파이어’(10월 12일, 서강대 메리홀)다. 남녀의 관계와 심리를 다각도로 다룬다. 격렬하게 폭발하기도 하고, 은유와 상징도 있다. 그 중 특정 장면이 “자위를 연상시킨다”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해석에 따라 ‘19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주최 측은 “꽤 농도 짙은 무엇인가를 기대한 관객이 오히려 실망할까 걱정”이란다.

 ◆사회적 무용

스웨덴 쿨베리 무용단(10월5~6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이 올 페스티벌의 문을 연다. 45년 전 창단해 유럽 아방가르드 무용을 선도했던 이들은 마츠 에크가 상임 안무가로 재임하면서 ‘고전의 재해석’으로 또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엔 세 작품을 연작 스타일로 보여준다. 안무가들도 모두 신예다. 명성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실험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쿨베리 무용단의 진보를 엿볼 수 있다.

 무용이 단지 예술 속에 함몰되지 않고, 세상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청소년 감성키움 프로젝트 ‘상상학교’의 ‘꿈! 틀!’(10월 14일, 서강대 메리홀)과 서울발레씨어터의 ‘꼬뮈니께’(10월 10일, 강동아트센터 대극장)다.

 ‘꿈! 틀!’은 서울지역 10개 청소년 시설의 청소년들과 6개월 가량 작업해 만든 공연이며, ‘꼬뮈니께’는 제임스전·김인희 부부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발레 교육을 진행해온 홈리스(homeless)들과 꾸미는 무대다. 무용이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예술임을 확인시켜 준다.

 구체적 공연 일정은 행사 홈페이지(sidanc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216-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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