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인터뷰] 'D-13' 제작·주연 케빈 코스트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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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처럼 강하면서 스펀지같이 부드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가진 케빈 코스트너(46) . 스포츠영화 '틴 컵' 이나 '꿈의 구장' 에서 보인 껄렁하거나 유순한 인상과는 달리 'JFK' '보디 가드' '늑대와 춤을' 등에서 보인 그의 이지적인 모습은 미국 정의의 상징으로 통할 만큼 독특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배우 뿐 아니라 감독 및 제작자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신작 'D-13' (원제 : Thirteen Days.로저 도널드슨 연출.6월 2일 개봉) 으로 국내 팬들을 다시 찾는다.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봉쇄 사건을 다룬 이 영화에서 코스트너는 케네디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보좌관인 케네스 오도넬 역을 맡았다. 다음 작품 '드래곤 플라이' 의 촬영에 여념이 없는 그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쿠바내 핵미사일 기지 건설을 포착한 미국과 기지 건설을 주도한 구 소련 사이에 벌어진 위기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 영화는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백악관에서 처음 상영됐고 쿠바에서도 특별 시사회를 가졌다.

지난 4월 쿠바 시사회에서는 당시 상황의 주인공이었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주요 정부 인사들이 참여했다. 그곳에서 카스트로와 함께 영화를 본 코스트너는 59년 쿠바 혁명 이후 쿠바 땅을 처음 밟은 미국 배우가 됐다.

코스트너는 쿠바 시사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쿠바에서 나를 초청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 곳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더 짜릿한 일이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영화를 아주 즐겁게 봤으며 당시 정치 인물들을 일일이 기억해냈다. 심지어 나에게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

역사적 사실을 다룬데다 케네디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JFK' 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코스트너는 "암살과 쿠바 미사일 위기라는 소재 자체가 다를 뿐아니라 내용과 형식 면에서도 완전히 다르다" 고 일축했다.

제작자로도 이 영화에 참여한 코스트너는 "무엇보다 이 사건이 우리와 얼마나 가깝게 진행됐었는지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대작 '진주만' 과 함께 'D-13' 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를 강하게 드러낸 작품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일고 있다.

특히 'D-13' 은 미국의 위기가 곧 세계의 위기가 아니냐는 논리를 은근히 설파하는 영화라는 것.

코스트너는 이에 대해 "패권주의를 강조할 영화였다면 역사적 사실과 달리 쿠바를 미사일로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하며 "영화는 전쟁을 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성취할 수 있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고 답했다.

코스트너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복원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고 강조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미국 흥행도 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올초 개봉해 제작비 8천만 달러에도 훨씬 못미치는 3천5백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영국.일본.홍콩 등에서는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끌었다.

80년대초 데뷔, 87년 '노 웨이 아웃' '언터처블' 로 주목받는 배우가 된 후 90년 직접 감독.주연.제작한 '늑대와 춤을' 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정상에 오른 지도 10여년이 지나 코스트너에게도 나이가 느껴진다. 그러나 단호한 그의 말.

"나이 드는게 뭐 중요한가. 내 꿈을 따라 살아간다는 원칙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먹을 만큼 먹은 나이는 오히려 채찍질이 돼 나를 각성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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