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동 성폭행 살해범 22년 미룬 사형 집행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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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예정인 범인 도널드 묄러. [사진 abc 캡처]

미국에서 22년 전 9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의 사형이 집행된다. 사우스다코타주의 형장에는 딸을 잃은 부모가 범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사건은 1990년 5월 8일 일어났다. 사탕을 사러 집을 나서 편의점을 가던 베키 오코넬은 이웃 아저씨 도널드 묄러(현재 나이 60세)에게 납치됐다. 묄러는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해 인근 야산에 버렸다.

 묄러는 2년 뒤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선고를 뒤집었다. 이후 검찰이 증거 보강 후 다시 기소해 97년 사형이 확정됐다. 사우스다코타주 교도소에 수감된 묄러는 그동안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사형 집행이 미뤄져 왔으나 지난 7월 사우스다코타주 법원이 10월 28일~11월 3일 사이 집행하기로 확정했다. 미국 42개 주는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는 최하 25년형을 내리고 살인을 했을 때는 사형까지 시키는 일명 ‘제시카법’이라는 강력한 아동성범죄 처벌법을 도입하고 있다.

 묄러에 대한 사형 집행이 확정되자 뉴욕주 레이크 루체른에 사는 베키의 부모를 위한 모금운동이 벌어졌다. 장애인 보조금으로 매달 720달러(약 82만원)를 받아 어렵게 살아온 이들이 딸 살해범의 사형 집행 현장을 참관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지난달 시작된 모금운동에 전국 각지에서 성원이 답지해 4000달러가 걷혔다. 부부는 이 돈으로 사우스다코타주까지 자동차로 여행해 묄러의 최후를 지켜볼 예정이다.

 묄러의 최후의 순간을 직접 봐야겠느냐는 질문에 어머니 컬은 “부모 입장이 되기 전에는 그 심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며 “딸을 잃은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부부는 “범인의 목숨이 끊어져야만 정의가 실현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는 현지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먼저 간 딸의 영혼을 위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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