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세 경영체제 출범 일단무산

중앙일보

입력

정일선(31) 삼미특수강 상무의 대표이사취임이 연기됨으로써 정주영 현대창업자의 3세 경영체제 출범이 일단 무산됐다.

삼미특수강은 25일 오전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유홍종 회장(63)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스톡옵션제 도입, 주식소각 등을 골자로 하는 정관변경안을 승인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유 회장, 정 상무, 윤주익 인천제철[04020] 대표이사 사장(비상근), 이태욱 서강대 경상대학장(사외이사)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이 확실시 됐던 정 상무는 예상을 깨고 일반 등기이사로 남아 현대가 3세중 첫 최고경영자의 등장은 일단 뒤로 미뤄졌다.

정 상무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조카(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씨의 장남)로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직 취임이 예정돼 삼미특수강에 대한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지가 3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다는 추측을 낳았었다.

삼미특수강은 그러나 회사경영체제를 놓고 내부적으로 ▲유 회장-정 상무 공동대표체제 ▲유 회장 단독체제 ▲정 상무 단독체제 등을 놓고 막판까지 논란을 벌인끝에 정 상무가 아직 젊다는 점을 감안, 유 회장 단독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미특수강 관계자는 "30대 초반인 정 상무가 경영 전면에 나서 일찍부터 주목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유 회장 단독체제로 가기로 한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철강 계열사인 인천제철은 지난해 12월 삼미특수강을 인수한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와 함께 대규모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인천제철은 인수 직후 단행한 간부급 인사에서 8명의 신임이사중 5명을 자사 출신으로 채우는 친정체제를 구축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천제철 상무였던 정일선씨가 삼미특수강 서울사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제철은 이어 삼미특수강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금액 1천468억원을 전액 빌려줬으며 최근에는 삼미특수강이 LG캐피탈로부터 빌리는 20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서기도 했다.

이같은 전폭적인 지원의 결과로 삼미특수강은 지난달 23일 법정관리를 4년만에 조기 졸업할 수 있었다.(서울=연합뉴스)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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