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록보다 판매가 많아, `밀어내기'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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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등록대수보다 판매대수가 훨씬 많아 내수판매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밀어내기'를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05380], 기아차[00270], 대우차,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 국내 자동차 5사의 자동차 내수판매 대수는 12만7천336대에 달했으나 등록대수는 이보다 4천117대가 적은 12만3천219대였다.

또 지난해 연말 차를 구입한 고객들이 연도를 바꾸기 위해 대거 연초에 등록하면서 1월 등록대수가 판매대수보다 5천964대 많았던 것을 제외하면 판매대수와 등록대수의 차이가 2월 2천22대, 3월 299대, 4월 4천117대 등으로 계속 누적되고 있다.

업체별로는 2-4월 판매 및 등록대수 차이가 5천413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차량 구매시 임시번호판을 단 차량을 넘겨받아 10일 이내에 구청에 등록해야 하는, 즉 판매와 등록에 따른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판매된 수천대의 차량이 등록되지 않은 채 `공중에 떠있는' 셈.

이에 따라 자동차 내수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차를 출고시키는 선(先) 출고, 이른바 `밀어내기'가 재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밀어내기는 지난 97년께 현대.대우.기아차가 치열한 판매전을 벌이면서 한때 성행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기아차와 대우차의 잇따른 부도로 거의 나타나지 않았었다.

`가짜' 고객 명의로 선출고된 차량은 10일 안에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임시번호판은 반납되고 대규모 주차장 등에 보관.관리되다 팔리거나 다시 입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선출고를 일컫는 `너 몇대 쌌니?'라는 은어가 다시 유행하고 있다'며 '밀어내기는 사실상 중고차를 새 차로 알고 사는 고객에게 손해를 끼칠 뿐 아니라 영업사원에게도 적지않은 스트레스와 금융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들은 '밀어내기는 장기적으로 결코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행위'라며 '일부 영업사원들이 실적달성이나 경쟁차원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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