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철학과, 교수 연구비 연 7억 … 학부생도 연구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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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심리학과 현주석 교수가 중앙대 첨단강의실에서 뇌파연구 실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생(가운데)의머리에 착용한 장비를 통해 그의 즐거움·분노 등 심리상태를 영상으로 옮기는 실험이다. [박종근 기자]

건국대 철학과는 정부로부터 인문학 지원 연구 자금으로 매년 7억원을 받는다. 인문계열 단일 학과가 받는 연구비로는 최대 규모다. 김성민 교수는 “이 돈으로 한국인 500명, 탈북자, 재중·재일 조선족 1000명 등을 대상으로 통일을 대비한 의식 조사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생들도 장학금을 받고 연구에 참여한다. 교수들은 연구 실적이 좋아지고, 학부생들도 1인당 89만원을 받아 올해 대학평가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올해 인문계열 학과 평가에서는 연구비나 연구 실적 등이 뛰어나거나 취업률이 좋은 대학,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전공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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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최상위권에 오른 고려대 경제학과는 단연 교수들의 연구 업적이 뛰어났다. 2010년 기준 이 학과 교수들의 국제학술지 논문 수는 16편이었다. 강성진 학과장은 “학연과 지연이 통하지 않는 임용 시스템, 노력과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가 우리의 경쟁력”이라며 “대학의 연구예산도 연구 업적 중심으로 배분하는 등 우수한 교수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 경제학과는 미국경제학회지(The American Economic Review) 등 최상급 저널에 논문을 쓰면 이 학과 교수들이 설립한 경제연구소의 연구기금으로 최대 2000만원가량을 지원하고 앞으로 이를 두 배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2년 연속 최상위권에 오른 중앙대 심리학과는 2005, 2006년 신규 교수 임용을 계기로 학과의 체질을 바꿨다. 젊은 교수 4명을 채용하면서 커리큘럼을 개편해 범죄심리학·인지과학·뇌과학 강의를 열었다. 정태연 학과장은 “학생들의 관심이 많은 임상 분야의 연구를 대폭 늘리면서 국제 공동 연구가 늘고, 이 결과 국제학술지 논문이 2006년 2편에서 2010년 8편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학부생들이 연구 프로젝트에 보조 역할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인턴 제도를 실시한 것도 이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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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 영문학과의 취업률은 70.8%(2010년 기준)로 영문학과 전체 평균(44.9%)보다 높다. 전체 전임 교수 20명 가운데 6명이 외국인인데 이들이 강의뿐 아니라 학생들의 취업과 진로 상담도 한다. 지난해 졸업해 영국문화원에 다니는 장윤정(26)씨는 “외국인 교수에게 상담을 받아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해 최상위 평가를 받은 학과들은 특정 분야 연구에서 성과를 낸 곳이 많았다. 한양대 사학과는 ‘독재 비교역사’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학과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의 연구 성과물인 ‘대중독재’ 시리즈란 저서는 영국 출판사 ‘팔그레이브 맥밀란’에서 영어로 지난해 출판됐다. 대학 출판 저서가 외국어로 번역돼 읽히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임 교수는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면 초청을 하지 않은 유명 학자들도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 고 말했다.

 인하대 사학과는 ‘동아시아 한국학’을 주제로 한 인문한국지원사업(HK)을 진행했다. 만주로 건너간 한국인이 오늘날 한국을 보는 관점을 연구하는 ‘연변학’ 같은 영역을 개척했다. 2년간 최상위 평가를 받은 이화여대 사회학과는 교내 연구비(교수 1명당 3658만원)가 36개 대학 중 1위다. 이주희 학과장은 “여성학 관련 연구에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우수한 학과들은 국제 교류에 있어서도 남달랐다. 경희대 철학과와 사학과는 옥스퍼드대의 조너던 개너리 교수 등 해외 석학을 초빙하는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국 46개 철학과 중 국제학술지 논문을 게재한 곳은 경희대와 서울대뿐이다.

취재 명단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강기헌·이상화 기자, 교육팀=성시윤·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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