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 만화] '최종병기 그녀'

중앙일보

입력

'좋은 사람'의 작가 타카하시 신의 신작 '최종병기 그녀'는 책 표지서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가는 선과 섬세한 순정풍의 소녀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보면 '이거 무슨 만화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첫 장만 읽어보면 순진한 고등학생의 연애담을 다룬 '학원 순정물'로 생각되지만 다음 장에서 황당무계한 사건으로 갑작스럽게 이야기는 반전된다.

'최총병기 그녀'의 두 주인공 치세와 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등학교 학생 커플. 첫 이성교제라 서로에게 서투른 그들이지만 조금씩 이해하며 마음을 열어나간다. 갑작스러운 공습이 있던 날, 슈는 우연히 맞닥뜨린 치세의 몸에 돋아난 날개와 무기를 보고 그녀가 세계 최강의 병기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치세와 슈의 비극적인 사랑은 시작된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이야기에 필요한 요소들이 정·반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여 주인공 치세를 들 수 있다. 그녀는 학교언덕길도 오르기 힘들어하는 약하고 여린 소녀지만 한편으로는 싸우면 싸울수록 전투력이 향상되는 세계 최강의 생체병기라는 양면의 캐릭터로 설정됐다.

또 다른 예로 이 작품에서는 매일매일 치세가 출격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전시상황이지만 정작 치세와 슈가 살고있는 삿포로 시는 (단 한번의 공습을 제외하고) 조용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네로 비춰지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설정을 한 작가의 의도를 아직까지 정확히는 짚어낼 수 없으나 치세와 슈의 사랑을 더욱더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추측한다.

또한 영화처럼 역동적으로 보여지는 컷들은 이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특히 대사 없이 캐릭터들의 세세한 모습을 오버랩해서 여러 컷 보여주는 장면들로 처리해 마치 영화의 슬로우 장면처럼 등장인물의 감정을 더 쉽게 느끼게 해 준다.

아주 평범한 일상과 전쟁 같은 비 현실적인 극과 극의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만화는 장르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 쉽지 않다. 순정물이긴 한데 '학원 순정물'은 아니고 'SF 순정'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또 에로틱한 장면들도 의외로 많다) 아무튼 '최종병기 그녀'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신개념의 만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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