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분위기 물씬 신개념 사실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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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기찻길이나 숲으로 잘 알려진 서양화가 주태석(47.홍익대 교수) 씨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24일부터 6월6일까지.

그는 홍익대 미대에 재학할 1970년대 중후반부터 화단 분위기와 동떨어진 극사실적인 회화에 몰입했다. 당시 득세하던 개념적인 추상미술에 대한 반발에서였다. 이 때부터 80년대 후반까지 '기찻길' 연작을 그리면서 찬밥신세에서 인기작가로 발돋움했다.


87년 무렵부터는 소재를 나무와 숲으로 바꿔 '자연.이미지' 연작을 계속해오고 있다. 9년만에 서울에서 여는 이번 전시에 내놓은 40여점도 같은 연작들이다.

이번엔 극사실화에 머물지 않고 화면안에 추상적 분위기를 공존시켜 구체적이면서도 환상적인 화면을 연출했다. 대부분의 작품은 전면에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나무 한그루가 등장하고 뒷면을 나무과 숲의 실루엣이 가득 메우고 있다. 녹색이나 청색으로 덮힌 화면은 푸른 이내가 서린 숲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적외선 투시경에 비친 캄캄한 밤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론가 유재길씨는 " '자연.이미지' 연작들은 문명비판적이가 환경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무와 숲을 그리면서 자연과의 다정한 교감을 원하는 작가의 고백일 뿐" 이라고 해석했다.

주씨는 "그림은 우리의 의식밖에 있는 평범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포착하여 우리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며 "묘사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다가갈수록 아득해지는 게 자연" 이라고 털어놓았다.

왜 나무를 소재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주변에 있어 쉽고 간결한 소재이면서도 현대적 해석이 아직 돼 있지 않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02-734-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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