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드니 올림픽 멤버의 현주소

중앙일보

입력

작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은 트리플 A의 올스타 위주로 대표팀을 선발했다.

아마추어 최강의 쿠바를 이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토미 라소다를 감독으로 임명하고 그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서 올림픽에 출전, 의도대로 쿠바를 꺽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 성공했다.

토미 라소다 감독은 당시에 "미국 대표는 모두 메이저리그에 오를 수 있는 재목들이며 이 팀을 이끌고 메이저리그에서 경기를 한다면 2년안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며 다소 과장섞인 표현으로 선수들이 사기를 북돋운 적이 있다.

그의 호언장담이 현재 얼마나 맞아 들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재밋거리일 것이다.

당시 11명의 투수엔트리 중에서 현재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는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의 벤 시츠,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이 오스왈트, 뉴욕 양키즈 소속의 토드 윌리엄스 등이다.

타자 엔트리 13명 중에서는 미네소타 트윈즈의 덕 민트케이비치와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마이크 킨케이드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 벤 쉬츠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준결승 대 일본전에서 7이닝 무실점, 결승전에서 아마 최강의 쿠바 타선을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올림픽에서 시츠는 22이닝에서 단 1점만을 허락할 정도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현재 4승3패, 방어율 3.19를 기록하고 있으며, 95마일에 이르는 강속구를 주무기삼아 브루어스 선발진의 한축을 꿰차고 있다. 브루어스의 새로운 희망봉이다.

◇ 로이 오스왈트

처음에는 야수로 활약하다가 투수로 전향한 케이스이며, 올림픽 당시 2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오스왈트는 현재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중간계투를 맡고 있으며 2승무패, 방어율 0.93을 기록하고 있으며, 97마일의 강속구를 겁없이 뿌리고 있다.

애스트로스는 그를 웨이드 밀러와 함께 미래의 팀의 에이스로 손꼽기에 주저하지 않고있을 정도다. 지난 주에는 밀러의 뒤를 이어 등판, 메이저리그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약간의 경험을 더 쌓은 후 애스트로스의 선발진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 토드 윌리엄스

올림픽 당시에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었으나 올 시즌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트레이드 이후 시애틀에서보다는 더욱 안정된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윌리엄스는 현재 양키스의 중간계투로 활약하고 있으며 14게임에 등판 1승무패, 방어율 3.18로 팀의 허리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 덕 민트케이비치

토미 라소다감독이 올림픽 당시 극성스러울 정도의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바로 그 선수다. 고비때마다 승부를 결정짓는 클러치 히팅으로 '올림픽의 영웅'으로 불렸던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기대 이상의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트윈스의 1루수로 자리잡은 민트케이비치는 매니 라미레즈(.406)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타격 2위(.388)를 기록하고 있으며, 장타율에 있어서도 라미레즈에 이어 리그 2위(.662)를 달리고 있다.

◇ 마이크 킨케이드

한국과의 올림픽 준결승에서 심판의 오심 덕에 두번씩이나 죽다가(?) 살아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선수. 현재 오리올스에서 3루와 외야 수비를 번갈아 가면서 맡고 있으며, 23경기 출장 타율 .275 2홈런의 평범한 기록을 보이고 있지만 수비위치만 고정된다면 더욱 안정된 타격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시 외야수를 보면서 3번타자로 활약했던 앤서니 샌더스는 시애틀에서 외야와 내야를 떠돌며 9게임에서 홈런 3개를 날리는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타율은 .176으로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

24명의 엔트리중에서 위에서 언급되지 않은, 4번타자 어니 영을 위시한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도 트리플 A를 전전하고 있거나, 부상으로 출전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만으로 구성해서 '2년안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호언장담했었던 '떠벌이' 라소다 감독의 다소 과장된 주장은 시츠와 오스왈트, 민트케이비치 같은 선수에게는 귀신같은 적중력을 선보였지만, 그 외의 모든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단순한 '동기부여' 쯤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