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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연씨 13억 ‘지인이 준 돈’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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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7)씨의 ‘100만 달러(약 13억원) 밀반출’ 의혹을 수사해 온 대검 중수부는 29일 정연씨를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매대금 중도금 13억원 출처에 대해 어머니 권양숙(65) 여사는 “지인들로부터 받은 돈을 모은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딸 정연씨를 기소한 점 등을 고려해 자금 제공자인 권 여사는 입건유예 처분했다. 돈을 송금받은 재미동포 변호사 경연희(43·여)씨는 정연씨와 같은 혐의로 벌금 1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정연씨는 2009년 1월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뉴욕 허드슨클럽 아파트를 구입한 뒤 매매 중도금 100만 달러를 집주인 경씨에게 보내면서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연씨는 2007년 9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통해 계약금 40만 달러를 송금한 뒤 해외부동산 취득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 경씨에게 “중도금을 국내에서 현금으로 받아가라”고 요청했다.

 돈 전달은 경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미국 카지노 매니저 이달호(45)씨 형제와 권 여사의 친척, 수입차 딜러 은모(54)씨를 거쳐 ‘환치기’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13억원의 출처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두 차례에 걸친 서면 조사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정연씨를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정연씨는 “13억원은 어머니(권 여사)에게서 받은 돈이며 어떻게 마련됐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6개월간 사건을 맡아 수사해 온 윤석열(52)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지난주 봉하마을로 내려가 권 여사를 방문 조사하기도 했다.

 권 여사는 “13억원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를 방문한 지인들과 퇴임 이후 봉하마을 사저로 찾아온 지인들이 준 돈을 모아 보관해오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정리상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며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에 따라 13억원의 원 소유주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는 2007년 6월 말 노 대통령의 해외 출국 직전 박 회장이 정상문 당시 총무비서관에게 준 100만 달러가 정연씨의 아파트 구매 대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불행한 사건에 이어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점을 수사 과정과 결과 처리에서 배려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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