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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의료원의 실험 … 11개월 만에 100번째 아기 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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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1일 전남 강진군 강진의료원에서는 100번째 아기가 태어났다. 전남 완도군 생일면에 사는 김간용(38)·펫삼원(21·라오스 출신)씨 부부의 건강한 아들(2.78㎏)이었다. 지난해 9월 강진의료원에 분만 산부인과가 생긴 지 11개월 만이다. 100명의 신생아 중 44명은 강진군, 56명은 전남 장흥·영암·해남·완도 등 주변 지역에서 온 산모들이 낳은 아이다. 이 지역들은 분만 산부인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강진의료원은 군 주민들의 원정출산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분만 산부인과를 열었는데 전남 서남부 지역의 거점 분만센터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병원 정병순(42) 산부인과 과장은 “장흥·해남뿐 아니라 완도 같은 섬 지역의 임신부들은 멀리 목포나 광주까지 나갔어야 했는데, 우리 병원에 분만센터가 생기면서 최소한 1시간 이상을 절약한다”고 말했다.

 강진의료원이 분만실을 열게 된 데는 강진군의 의지에다 중앙정부가 지원을 보태면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강진군을 분만 취약 지역으로 선정해 시설비와 장비비, 운영비조로 1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매년 의료인력 인건비 5억원을 지원한다. 의료원은 이 돈으로 분만대·인큐베이터 등 27종의 의료장비를 들여놓았고 산부인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8명을 뽑았다. 현재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를 포함해 3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근무한다.

 강진군 분만센터는 사연을 갖고 있다. 군은 2005년 출산양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했다. 분만 산부인과 개설이 큰 과제였다. 건물 임대료(약 2억5000만원)를 지원하고 대도시 의사 평균 매출액에 준해 월 1000만원을 보상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산부인과 유치에 나섰다. 하지만 실패했다. 시골에서 개원하려는 의사가 없었다. 민간이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포기하고 공공의료원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강진의료원에 분만실을 열었고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청의 2011년 출산자료를 보면 강진군은 출산율(2.281명) 전국 1위다. 전국 평균(1.244)보다 1명이 많다. 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한다. 강진군은 2009년부터 전국 1위에 올라섰다. 강진의료원의 24시간 분만 산부인과가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인구보건복지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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