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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혁명' KTX 1년] <하> 문제점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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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KTX의 속도가 국민 생활은 물론 산업지도까지 바꿔가고 있다. 그러나 역방향 좌석배치 등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신인섭 기자

KTX는 지난 1년 동안 선진국형 첨단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직은 이용 승객 수가 예상치의 절반에 불과하고 전용선로 보완 등 경쟁력을 높여줄 2단계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다.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 수입=당초 정부는 KTX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을 15만5000명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7만2000명에 불과했다. 예상치의 53.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운임 수입도 당초 기대 수준(하루 평균 46억원)의 45.6%인 21억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저조한 수입은 철도공사의 경영부실로 이어진다. 철도시설공단에서 고속철도 건설로 인한 4조9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KTX운행을 시작한 공사 측은 적극적인 마케팅과 다양한 부대사업을 통해 2010년까지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승객 수를 파격적으로 늘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목표 달성은커녕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공사 측이 내놓은 역세권 개발 및 KTX 연계관광 사업 등 부대사업은 전체 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도 되지 않아 흑자 기조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낙제점 못 면하는 연계교통=KTX 이용객들의 대표적 불만은 KTX역까지 타고 갈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에 급급한 나머지 정차역으로 연결되는 지하철.버스 등 연계 교통망을 제대로 갖추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공사 측이 지난해 말 승객 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KTX의 연계교통수단에 대한 만족도는 60점(100점 만점)에 불과했다. 특히 천안.아산역과 광명역.용산역 등은 60점을 밑돌았다. 이용자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교통수단으로는 시내버스(62.7%)가 꼽혔다.

한국철도대 홍효식 교수는 "많은 승객이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교통망을 정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뜨거운 감자' 역방향 좌석=KTX 일반실 좌석(804석) 중 절반(402석)을 차지하는 '역방향 좌석'도 골칫거리다. 역방향 좌석에 익숙지 않은 승객들은 고속 주행으로 인한 멀미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사 측은 역방향 좌석 구입시 요금의 5%를 할인해주는 궁여지책을 쓰고 있다. 새마을호보다 좁은 좌석 간격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높다. 새마을호에 비해 승차시 안락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공사로서는 좌석에 섣불리 손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KTX 열차 내 좌석을 모두 회전식으로 바꾸는 데는 약 490억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경우 좌석수가 대폭 줄게 돼 연간 2990억원의 운임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걸림돌 많은 고속철도 2단계 사업=KTX는 현재 대구~부산 간 노선의 경우 기존선 구간을 이용한다. 이 구간은 빨라야 시속 130~150㎞에 그친다. 일각에서 '반쪽짜리 고속철'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호남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은 막대한 공사비와 불투명한 사업성 때문에 아직 착공 일자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경주~부산 간 2단계 고속철도 공사가 완공되면 서울~부산 주파시간은 현재의 2시간40분에서 1시간50분으로 단축된다. 또 KTX가 전용 선로만을 사용하면 기존선은 화물열차 위주의 운용이 가능해져 공사의 화물 운송수입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2단계 공사의 진행은 순조롭지 못하다. 당초 2008년 예정이었던 완공일도 천성산 공사 구간 문제 등으로 2010년으로 미뤄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1년간 공사가 지연될 경우 손실액은 총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별취재팀=김기찬·강갑생 기자, 대구=홍권삼 기자 <wolsu@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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