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자연다큐멘터리〉가시고기의 생태 조명

중앙일보

입력

KBS 1TV가 4개월만에 자연다큐멘터리 한편을 들고 시청자를 찾아간다.

오는 6월 5일 오후 10시에 방송될〈자연다큐멘터리〉'가시고기'가 그것.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조창인씨의 소설 제목으로도 잘 알려진 가시고기는 부정(父情)의상징으로 통한다.

제작진은 왜 가시고기가 부정으로 상징되는 가를 밝히는데 초점을 맞추고, 1년여에 걸쳐 가시고기의 생태를 치밀하게 조사했다.

가시고기에는 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의 세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자식을 위해 수컷이 자신의 온몸을 바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회유어종인 큰가시고기.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온다. 암수 무리지어 올라온 뒤 일주일간의 민물 적응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산란 준비에 들어가고, 수컷은 수초를 이용해 둥지처럼 생긴 집을 짓는다.

집이 완성되면 암컷은 3~4초간의 짧은 산란을 마친 후 미련없이 집을 떠나가고,이때부터 수컷의 치열한 자식사랑이 시작된다. 알이 부화될 때까지 10일간 아무것도먹지 않으면서 집 앞에서 침입자를 막고, 앞지느러미를 이용해 부채질을 하면서 집안에 신선한 물을 넣어준다.

알이 부화된 뒤에도 수컷은 집밖으로 나오려는 새끼들을 입으로 막으면서, 주변경계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새끼들이 세상에 나온지 5일이 지나 하나둘씩 집을 떠나자, 수컷은 임무를 다했다는 듯 화려했던 몸의 빛깔을 잃어가며 숭고한 죽음을 맞는다.

며칠 후, 집을 떠났던 새끼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죽은 아버지의 살을 파먹으면서 기운을 차린 뒤, 뿔뿔이 흩어져 제 갈길을 간다.

제작진은 경주군 감포앞바다로 흘러드는 대종천에서 촬영한 큰가시고기의 생태외에도 오대산에서 발원한 연곡천, 진부령에서 내려오는 북천 등지에서 가시고기와잔가시고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세세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나라에 가시고기의 생태에 대한 기록이 없어, 사전준비 없이 제작에 임했다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7~8㎝에 불과한 가시고기와 엄지손가락만한 그들의집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내시경 카메라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큰가시고기 수컷이 새끼를 위해 희생적인 죽음을 맞는 장면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작품을 총괄한 안희구PD는 "자식을 위해 온몸을 바치는 큰가시고기의 모습을보면서 모든 생물체는 숭고한 본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99년「자연다큐멘터리」'동강'을 통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안PD는 5년여동안 10여편의 자연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베테랑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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