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후 경쟁풍토·기초질서 의식 오히려 퇴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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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경제활동에 있어 연고가 더 중요시되는 등 경쟁풍토와 기초질서 의식은 오히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들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의식 개혁이 필요한 주체로 기업인과 공무원.공공부문종사자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8년 11월(1차), 99년 11월(2차), 2001년 1월(3차) 등 3차례에 걸쳐 국민 1천3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해 분석한 'IMF 경제위기와 국민경제의식 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매매, 거래, 고용계약 등 경제활동에서 '경쟁'과 '연고'중 어느 것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가를 묻는 질문에 연고가 중요시된다는 응답이 49.3%로 경쟁이 중요시된다는 응답 45.6%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96년 4월과 98년 11월의 동일한 설문 조사결과, 경쟁이 중요시된다는 응답이 각각 57%, 57.1%로 과반수 이상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경쟁풍토가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또한 응답자의 86.8%는 IMF체제 이후 경제활동에 있어 기초질서가 '별 차이가 없다'(52.8%)거나 '오히려 불공정해졌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은 또 거품, 과시소비 등 비합리적인 소비풍토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64.3%가 우리 사회의 총체적 거품이 빠지지 않았다고 응답해 2년전 조사 때의 46%와 비교하면 거품적 요소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경제의식 개혁이 필요한 주체로 기업인(32.9%)과 공무원.공공부문종사자(32.8%)를 가장 많이 지적해 이 두 경제주체의 의식개혁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다수 국민들(90.7%)은 또 기업의 경영진이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의식이 약하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응답자의 69.2%가 '외국자본유입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대답해 2년전 조사결과(50.8%)에 비해 18.4%포인트 늘어났다.

평생고용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2년전 63.1%에서 올해 57%로 다소 낮아지긴 했으나 과반수를 넘고 있어 점차 '평생직장'에서 '평생고용'으로 고용의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가정경제가 어떠하리라는 질문에는 49.6%가 '작년보다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호전될 것'이라는 응답은 9.9%에 그쳤다.(서울=연합뉴스) 임선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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