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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50명, 어른 봉사자들과 노인 배식하며 나눔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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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지역 중학생 50여 명이 온양온천역 어르신 쉼터에서 노인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16일 목요일 오전10시. 온양온천역 앞 어르신 쉼터가 잔칫집처럼 북적거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노인 무료배식 행사가 열리는 자리였다. 노인들에게 손주뻘 되는 중학생들이 나와 봉사활동을 펼치자 어르신 쉼터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아산교육지원청은 여름방학기간 동안 매주 목요일(총 4회) 온양온천역 어르신 쉼터에서 ‘굿모닝 행복한 밥상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중 저소득층사업의 일환이다. 이날은 교육복지사업 대상 학교 12개 학교(중학교 7개, 초등학교 5개) 중 3개 학교(온양 신정중·아산 배방중·온양 용화중) 50여 명의 중학생이 배식 봉사에 참여했다. 학생들에게 효행과 공경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봉사단 회원들을 만나 나눔의 실천을 배우게 하는 게 목적이다.

 어르신 쉼터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관내 70세 이상의 노인 150여 명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은 월 1회 후원을 돕고 있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직원들과 함께 지역봉사단체인 아산상록회가 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단과 학생들은 더운 날씨 속에서도 배식 2시간 전부터 차례차례 들어오는 노인들을 반갑게 웃으며 맞이했다. 배식이 시작되기 전 공연봉사회원들의 색소폰 연주와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박수치며 어깨를 덩실거리는 노인들로 쉼터는 어느새 작은 음악회장이 됐다.

 온양 신정중학교 양진아(42) 교사가 자원봉사에 나선 학생들에게 ‘애교부리기(?)’를 권하자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학생들이 마치 친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난 듯 어깨를 주무르며 노인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노인들도 어깨를 주무르는 작은 손을 토닥거리며 연신 ‘고맙다, 시원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양진아 교사는 “20여 명의 학생을 인솔해 왔다. 한창 뛰어 놀기 좋아할 학생들이라 봉사활동에 나와서 장난만 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모두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오후12시 배식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한 줄로 길게 줄을 서서 배식판을 전달하고 맨 뒤에 앉아 있는 노인들부터 차례차례 배식판을 정리했다. 학생들은 배식 봉사가 처음인데도 일사분란 하게 움직여 노인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식사가 끝난 뒤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배식판에 남은 음식 찌꺼기를 수거하며 설거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식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소감도 다양했다. 김형진(16·온양 신정중)군은 “즐거워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뵈니 기분이 좋았다. 여러 가지 자원봉사를 해 봤지만 다른 자원봉사보다 훨씬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윤단비(14·온양 용화중)양은 “이렇게 많은 노인들을 한꺼번에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개학을 앞두고 정말 의미 있는 자원봉사를 한 것 같고 덕분에 방학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쉼터에 모인 노인들도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듯했다. 이경순(83·여·아산 용화동)씨는 “노인정 친구들과 나와 매일 점심을 함께 먹는다. 오늘은 손자, 손녀 같은 어린 학생들과 어울리니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웃었다. 또 이종석(78·아산 모종동)씨는 “운동하러 나오는 길에 들러 점심을 먹곤 한다”며 “오랜만에 학생들까지 나와 관심을 가져 주니 밥맛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이끈 박태순 아산상록회 회장은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과의 자원봉사는 감회가 남다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활기가 넘친다. 기존에 자원봉사를 하는 어른들 입장에서는 자녀 같은 학생들이 보고 있어서 자긍심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서산대사는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했다”며 “이번 봉사를 시작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자원봉사의 대안학습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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