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실적 줄어 속타는 정부 ‘100% 보증’ 들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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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보증비율 100%의 햇살론 특례보증을 검토하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3일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했다. 이에 앞서 6일, 금융위는 햇살론 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늘렸다. 보증비율은 대출 사고가 났을 때 정부가 마련한 보증 재원으로 손실을 메워주는 정도를 가리킨다. 보증비율이 95%란 건 햇살론을 빌려준 뒤 돈을 떼여도 금융회사는 떼인 돈의 5%만 메워주면 된다는 뜻이다. 정부가 햇살론 보증비율을 높이려는 건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다. 손실의 85%를 보증해줘도 “연체율이 너무 높아 손해가 난다”며 금융권이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정부가 앞장서 대출자나 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기는 꼴”이라며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처음 햇살론을 도입했을 땐 저소득층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보다 제2금융권을 학습시키겠다는 의도가 강했다”며 “신용 낮고 담보 없는 이들을 평가해 대출 고객으로 확보하는 법을 배우라는 취지였는데, 보증비율을 올려주다 보니 아예 평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100% 보증까지 들고나온 걸 보면 정부가 햇살론 실적에 목이 심하게 마른 모양”이라며 “손실을 전액 보증해 줄 거면 굳이 금융회사 창구를 통할 것 없이 그냥 수퍼마켓에서 나눠줘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들은 보증비율을 올려도 햇살론 실적이 크게 늘진 않을 것으로 본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햇살론은 보증서 요청이나 대위변제 청구 과정이 복잡해 업무량이 일반 대출의 서너 배 수준”이라며 “일선 지점에선 ‘힘들어 대출 못 하겠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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