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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매출 속일 수 있다면 속이겠다” 50%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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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 납세자는 참 세금을 잘 낸다. 조세연구원이 23일 발표한 ‘납세의식 전화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 항목을 보면 그렇다. 조사 대상 2400명 중 93%는 최근 3년간 소득을 축소신고하거나 공제를 부풀린 적이 없고, 98%는 매출을 적게 신고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불성실 신고자는 극소수인 셈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진실인지 검증할 길 없으니 좋게 꾸며 답한 게 아닐까. 그래서 연구원은 이렇게 바꿔 물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연 1억원 매출 중에 8000만원은 신용카드, 2000만원은 현금이다. 현금매출은 신고 안 해도 발각되지 않는다. 현금매출을 신고하겠느냐.” 그랬더니 돌아온 답이 놀랍다. 응답자의 딱 절반이 “신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자영업자보다는 임금근로자에서 신고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또 다른 질문도 던졌다. “가전제품을 사러 갔는데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하면 깎아준다고 한다. 현금으로 사겠느냐.” 이번엔 4명 중 3명꼴로 현금거래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47%는 “10% 깎아주면 현금으로 지불한다”고 답했지만 “5% 할인을 받기 위해 현금을 내겠다”는 답도 30%에 달했다. 주로 20~30대(82%), 고학력층(81%), 8000만원 고소득층(81%)에서 현금거래를 하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납세자는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게 도덕적이라고 여기지만 정작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 모습도 나타냈다. 조세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건 부도덕하다’고 답했다. 단, 저소득층(10%)보다는 고소득층(16.8%)에서 ‘탈세가 부도덕하지 않다’는 답이 더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납세의무를 회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3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런 납세자가 세금을 잘 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설문조사 분석 결과 실제 세금을 잘 내는 행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려는 개인의 의향으로 조사됐다. ‘세금은 국민의 의무니까 낸다’고 답한 납세자(65.98%)는 ‘가능하면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있다’(22.94%) 고 답한 사람보다 실제 상황과 가상 상황에서 모두 더 세금을 잘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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