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박근혜 첫 행보는 DJ·노무현 묘소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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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왼쪽 끝)가 21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박 후보는 참배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해=송봉근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이에 앞서 오전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그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건 처음이다.

 그의 봉하마을 일정은 현충원 참배 직후 예고 없이 공개됐다. 박 후보가 취재진에게 “오후에 봉하마을에 갈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한 축을 이루고 계신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참배를 드릴 것”이라고 말하면서다. 박 후보의 참배 소식이 알려지자 노 전 대통령 묘역에는 5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렸다.

 오후 4시7분 검은색 상·하의 차림으로 하얀색 국화 다발을 들고 묘역에 도착한 박 후보는 5분여 동안 헌화와 묵념을 하고 노 전 대통령의 묘소인 너럭바위를 둘러봤다. 이때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반대합니다’ 등의 피켓을 든 1인 시위자가 “새누리당 반성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박근혜 파이팅” “대통령 되세요”를 외치며 참배 도중 박수를 쳤다.

 참배를 마친 박 후보는 곧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권 여사를 만났다. 권 여사는 건물 계단 중간까지 내려와 박 후보 일행을 맞았고 사랑채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노 대통령님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 왔다.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권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했다고 박 후보 캠프의 이상일 대변인이 전했다. 권 여사는 집에서 딴 무화과를 내놓으며 “후보로 선출된 뒤 바로 이튿날 먼 길을 찾아 주셔서 감사하다”고 답례했다. 이에 박 후보는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제 꿈은 어떤 지역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잘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 건강 잘 챙기시라”고 말했다. 권 여사는 “이 일(대선 출마)이 얼마나 힘든지 내가 잘 안다. 박 후보도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면담은 비공개로 20여 분간 진행됐다. 박 후보는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문을 저지해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박 후보는 2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다.

한편 20일 전당대회 직후 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고 2분여간 통화했다고 이학재 박 후보 비서실장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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