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츠비’ 창립자 버트 샤비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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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물린 데 바르는, 할아버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화장품. 천연성분으로 만들었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입술 보호에 탁월한 노란색 립밤. 이 두 제품은 모두 별다른 광고나 홍보 없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상품이 된 버츠비의 제품들이다. 전자는 ‘버츠비 레스큐 오인트먼트’, 후자는 ‘버츠비 비즈왁스 립밤’이다. 특히 레스큐오인트먼트는 다수의 남성들도 사용하고 있는, ‘미국판 호랑이크림’이다. 이 두 제품은 사람들에게 ‘버츠비’란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고 지금은 모이스처크림 등 여타 제품까지도 인기를 얻고 있다. 버츠비는 1984년 론칭한 미국 브랜드다. 국내에는 2009년 소개됐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제품이 양봉의 부산물인 밀랍으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버츠비의 모든 제품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브랜드를 만든 양봉가 버트 샤비츠다. 지난달 27일 한국에 처음 방문한 그를 만났다.

-양봉가가 화장품을 만들었다는 게 생소하다. 게다가 당신은 남자인데, 어떻게 가능했나.

“처음엔 이렇게까지 사업이 번창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 나는 벌을 치며 부산물로 얻은 미트로우(꿀벌에서 얻은 천연 오일)와 밀랍 등을 저장해 놓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마을에서 차를 태워줬던 한 여성이 보고는, 이것들을 방치하지 말고 상품으로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했다. 바로 양초를 만들어 팔았는데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를 얻었고, 잘 팔렸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이후 양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천연 성분들로 화장품을 만들었다. 당시 내 차를 탔던 사람은 바로 버츠비 공동 창립자인 록산느 큄비다.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브랜드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비키퍼(bee keeper)’이니까.”

-양봉업자로서의 신념이 투철해 보인다. 양봉은 언제부터 했나.

“벌써 수 십 년이 됐다. 벌을 키우기 시작한 것 역시 정말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젊은 시절엔 뉴욕에 살면서 잡지 ‘타임’ ‘라이프’ 등의 프리랜서 포토그래퍼로 일했었다. 당시 TV가 확산되던 때였는데 그 때문에 나는 인쇄산업이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 봤다. 일을 접고 고향인 메인주로 이사했다. 뭘 하며 살까 생각하던 중 우연히 들판에 벌떼가 몰려 있는 것을 봤다. ‘이거다’라고 무릎을 쳤고, 양봉업을 하던 사람을 찾아가 노하우를 배워 벌을 치기 시작했다. 벌은 그때부터 나에게 많은 것을 줬다. ‘서로 협력해야 산다’는 교훈도 얻었다. 지금도 나는 화장품 브랜드 창립자보다는 양봉가라고 말한다.”

-양봉 부산물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나. 화장품의 성분으로 사용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나.

“벌의 부산물이 우리의 몸에 좋다는 것은 많은 서적을 통해 알려진 이야기다. 양봉에 관련된 책을 보면 내추럴 케어 제품을 만드는 법이 나와있기도 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제로 이를 행동으로 옮긴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렇게 버츠비를 시작하게 됐다.”

-버츠비 제품에는 모두 당신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내가 넣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록산느의 아이디어였다. 이 그림은 내가 50대 때(지금 그는 70대다) 참가했던 공예품박람회에서 한 작가가 목각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것을 보고 록산느는 내 얼굴을 직접 제품에 로고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이후로 계속 쓰고 있다.”

버츠비 레스큐 오인트먼트 - 제품 개발 후 버트 샤비츠가 늘 지니고 다니는 필수품이다. 그는 벌에 쏘이거나 강한 햇볕때문에 달아오른 부위에 이를 사용한다. 그러면 "피부가 진정되고 보습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제품 반열에 올랐고, 특히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 있다.

-처음에 만든 화장품은 무엇인가.

“립밤이다. 지금의 이름은 비즈왁스 립밤인데, 이는 1830년대에 출간된 양봉 관련서적을 보고 만든 것이다. 아주 쉬운 방법이었다.”

-국내에서도 버츠비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천연재료로 만들어서가 아닐까. 우리는 천연재료를 원료로 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한국 소비자들도 천연재료를 사용한 화장품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효과를 봤기 때문에 우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자연주의 화장품을 고집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천연 재료를 고집하고 제품 생산과정에 화학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하다보니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이를 고집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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