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상승으로 금리 유지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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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드러나 한국은행(BOK)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7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1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3명이 BOK가 8일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예정인 금통위 회의에서 하루짜리 콜금리를 연 5%로 현행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중 절반은 올해 6-12월 중에 한 차례의 금리인하가 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당초 BOK의 연간 최고 목표치인 4%대 위로 치솟았고 계속되는 원화 약세가 이러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는 지난 6개월 간 약세를 지속, 지금까지 14% 가량 떨어졌고 이로 인해 오는 몇 개월 동안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상승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로 인해 BOK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던 지난 2월 이후 계속해서 대출금리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제상황은 현재로선 시장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큼 어두워지고있다.

특히 한국의 4월 중 수출은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반도체 등 수요가 감소한 여파로 지난 해 같은 달에 비해 9.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본투자도 5개월 연속 떨어진 가운데 지난 3월 한달간 공장가동률도 4분의 1 정도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중 외국인 직접투자는 특히 미국계 투자가 감소해 작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63%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자국내 수요가 계속감소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작년의 8.8%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3.5%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한국의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대체로 부정적인 상황을 보이고있는 가운데 BOK는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한다는 두 가지 과제를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몇가지 통계치들은 인플레이션율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한국정부의 급선무임을 시사했다.

지난 4개월 간 에너지 비용과 농산물 가격을 제외한 코어 인플레이션 (core inflation)은 BOK의 목표치인 2%대를 초과해 4%에 달했다.

지난 주 김대중 대통령은 "정부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올해 인플레이션을 3% 아래로 묶어야한다"며 "정부가 만약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한국 정부는 지난 주 SK텔레콤 등 이동전화회사의 전화 사용료와 수도사용료, 택시 요금 등을 절감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이어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관리와 경제성장촉진 과제를어떤 식으로 관리할 지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박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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