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농수산물시장 옮기지 않고 재건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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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수원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수원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지 않고 재건축된다. 1993년 권선구 권선동에 문을 연 도매시장(5만6900여㎡)은 하루 평균 거래량이 400t(6억6000여만원)을 웃돌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6000여 명이다. 주로 수원·용인·화성·오산 등 경기도 남부지역 주민이다.

 수원시는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를 위해 다음 주 중 재건축 타당성과 추진 방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용역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맡았으며 12월에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당초 시는 도매시장 시설이 노후화되고 주변에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교통 혼잡이 극심해지자 2009년부터 시 외곽으로의 이전을 추진했다. 도매시장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시는 그해 9월 곡반정동 140-2 일대 26만여㎡를 새 농수산물시장 부지로 정하고 2013년까지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3년 만에 시는 도매시장 이전을 포기하고 기존 시설을 재건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이전에 소요되는 재원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시는 곡반정동 이전부지로 도매시장을 옮기는 데 최소 3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권선동 부지를 매각하고(2000억원 추정) 지방채를 발행해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권선동 부지를 사들일 건설업체를 찾기가 어렵게 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취득·등록세 등 지방세 수입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권선동 부지를 팔지 않고 도매시장을 이전할 경우 시 재정이 2~3년 안에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올 예산은 1조7000여억원이며 경상비용을 뺀 가용 예산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도매시장을 그 자리에 재건축할 경우 사업비가 1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 중 700억원을 국비 보조나 융자로 충당하면 순수 시 예산은 300억원 정도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재건축 추진 시 도매시장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대체부지를 마련해 기존 건물을 순차적으로 철거한 후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수원교육지원청이 당초 권선2중학교 부지로 매입했던 권선동 1234-1 일대를 대체부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도매시장에는 채소·과일·수산·종합판매장 등 6개 동의 건물이 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 농수산물 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공모사업에 신청했으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국비 지원 결정이 내년으로 유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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